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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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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북제재 완화'…미국 '설득'에 달렸다

북, 중대과제 해결 요구로 남측에 공 넘겨…문 대통령, 북미 간 중재 주목

2021-10-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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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토대는 마련됐지만,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라는 어려운 과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였다. 임기 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위해 각종 외교 채널을 가동해 설득에 주력할 전망이다. 향후 대북제재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면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조치 여부와 이에 따른 미국의 보상 수준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통일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의 정기 통화가 이틀째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특히 북한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에 이어 이날 남측의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호출에도 응답했다. 함정 간 핫라인까지 정상 가동되면서 남북 군사 소통 채널이 완전히 복원됐다. 정부는 이번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통신선 재가동의 대가로 '중대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내건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수차례 강조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이중 기준 철회'를 뜻한다. 이는 우리 측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요청으로도 풀이된다.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등 적대 정책을 없애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우리 측의 중재를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우리 측이 대미 설득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대화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선 남북 대화, 후 북·미 또는 남·북·미 대화'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대북제재에 단호한 미국과 국제사회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제재 완화라는 유인책을 제공헤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추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방미 일정 중에 미국을 향해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 등을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송 대표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북한이 거의 4년 동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북제재 완화를 뜻한 것이다.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한미 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경우 모든 범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도 대화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사회 분위기는 녹록치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경제적 난관 극복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같은 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안보리 결의 준수와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진행됐던 미국과 북한의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영변 핵단지 폐기에 더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이 요구한) 민생 관련 대북제재 5개가 많다면 상징적으로 2~3개 정도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스냅백(위반시 제재 복원)을 전제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데) 스냅백 조항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 과정에서 (북·미 간에) 여러 상호 신뢰와 관한 부분들이 좀 더 이야기돼야 하겠지만 스냅백 조항을 통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불신과 기술적인 부분들을 좀 더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북한과의 고위급회담과 인도적 교류 협력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 4월 남북회담본부에 북한과 전용통신선을 통한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남북 영상회의실'을 마련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산가족 상봉, 보건방역 협력 등도 남북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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