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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영

[IB토마토]빙그레, 해태인수 1년···몸집 커졌는데 수익성 '뒷걸음질'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1325억원에 인수…업계 1위 사업자 도약

2021-10-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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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0월 1일 11: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빙그레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빙그레(005180)가 해태아이스크림과 가족이 된 지 1년이 흘렀다. 빙과부문 파이 확대에 성공한 빙그레는 단숨에 업계 1위 사업자로 뛰어오르며 연매출 1조원 클럽 입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 양사의 뚜렷한 시너지가 미미한 데다,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감가상각 등으로 장기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빙그레는 해태제과식품(101530) 빙과부문을 물적분할 설립한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전량을 1325억원에 인수 완료했다. 빙그레는 유가공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은 냉장(우유, 요플레) 53.7%, 냉동품목(아이스크림)이 46.3%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을 발판으로 빙과 부문 점유율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빙그레는 ‘메로나’ 등을 전개하는 롯데제과(280360)(29%)와 경쟁하며 2위 사업자로 약 27% 점유율을 보유했다. 빙그레는 국내 빙과시장 매출 정체기 속, 파이 확대를 위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해태(15%) 인수로 빙그레 빙과 점유율은 약 42%로 뛰어오르며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는 평가다. 그룹 차원에서 봐도 롯데푸드(002270)(16%) 점유율을 포함한 롯데그룹 빙과부문(45%)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했다. 빙그레는 해태 인수 전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2019년 기준) 2876억원을 보유했다. 인수 후에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541억원에 달하는 등 높은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순차입금도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기조로 무차입 경영인 데다, 전체 부채비율도 36%에 그친다.
 
빙그레와 해태 합병 ‘벌크업’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빙그레 매출액은 5586억원으로 합병 전인 지난해 동기 대비 20.9% 늘어났다. 아이스크림 부분만 떼놓고 보면 지난해(2099억원)에서 올해 2932억원으로 매출이 39.7% 뛰었다. 같은 기간 2위 롯데제과 빙과(제품, 상품 포함) 부문이 4%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대비가 크다. 올해 빙그레는 무난히 매출 1조 클럽에 안착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양적 성장이 질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망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빙그레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392억원, 228억원으로 영업이익 측면에서 시장기대치(248억원)를 하회하는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출처/해태아이스크림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은 과거 빙그레와 합병 전 수년간 침체 늪에 빠져있었다. 매출은 2017년 1690억원 수준에서 2019년 1507억원까지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2017년 –3.3%→ 2.1%→ 2019년 –2.0%로 연이어 적자를 봤다. 반면 빙그레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연결)이 347억원→ 393억원→ 2019년 458억원으로 증가 추세였다. 지난해 3분기(합병직전)에는 영업이익률이 7.56%까지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4분기부터 연결기준 양사의 실적이 합산되자 영업이익률이 –6.4%로 추락했다. 이후 올해 1분기 0.52%→ 2분기에는 5.6%까지 올라왔지만, 이 역시도 지난해 2분기(10.01%) 대비 반 토막에 그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해태아이스크림은 매출 746억원을 올렸지만 29억원 순손실을 내면서 연결실적에 영향을 줬다. 설상가상 합병으로 인한 회계상 상각비용도 문제다. 올해 상반기(연결) 빙그레 감가상각비용은 전년 대비 68%, 산업재산권을 포함하는 무형자산상각비용은 무려 627% 폭증했다(7억→ 52억원). 대손상각비 역시 합병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1억원→ 301억원) 328% 수직 상승했다. 이는 모두 판매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으로 영업이익인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증권업계(IBK투자증권)는 오는 2025년 3분기까지 매 분기 20억원에 달하는 무형자산 감가상각비가 장기간 이익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빙그레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2000원에서 10%가량 하향하기도 했다.
 
매출 확대를 제외하고는 아직 유의미한 시너지가 없다는 점도 과제다. 양사는 동일 업종을 전개하는 업체로 설비 등 추가적인 자금투입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사업통합 과정에서 영업망 시너지나 물류비 감소 등의 효율화 작업은 시간이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1분기 빙그레의 판매관리비에서 운송보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09%였는데, 2분기에는 이 수치가 0.12%로 증가하는 등 아직 유의미한 비용 효율화는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익성 하락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여파라기보다는 원재료 값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태와의 시너지와 관련해서는 “양사가 경쟁 브랜드이다 보니 국내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면서 “최근 해태와 공동마케팅을 몇 건을 전개했는데, 향후 원료 공동구매 및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합칠 계획으로 장기간에 걸쳐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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