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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박영수, 특검은 잘 했잖아요!

2021-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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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른바 '화천대유'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정치권과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필자가 대한변협 대변인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던 동생이다. 화천대유의 대표이사를 지낸 이성문 대표는 친구 사이였다. 당시 어렴풋이 그들이 무슨 무슨 시행사업을 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러난 ‘화천대유’ 사건 보도를 접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의 두 인물뿐 아니라 화천대유 관련자들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다. 화천 대유 대주주 김만배 회장 역시 머니투데이의 법조팀장이었기에 친분이 있었다. 성남 도시 개발공사에서 만든 SPC ‘성남의 뜰’ 의 초창기 대표이사는 우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했었다. 최근 확인된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성균관대 법대 동기 모임의 고모 변호사였다. 박영수 특검과 딸은 대한변협 대변인 시절부터 잘 알던 사람들이다.
 
민간이 뛰어들어 ‘도시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주 리스크, 인허가 리스크, 실제 사업진행과 관련된 리스크 등이 가장 문제이고 하도 변수가 많고 너무 복잡해서 성공으로 끝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상당수 시행사업자들이 파산지경에 이르거나 교도소로 직행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매우 큰 이익이 남는 구조여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고 그만큼 부나비들이 꼬이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화천대유가 통상적인 절차와 개발 방식을 거쳤다면 예상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그것 자체로 욕을 하거나 탓을 할 것은 아니다. 법조인들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자문료를 받았다고 해서 불법인 것도 아니다. 고난이도의 법률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의 자문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강찬우·이경재 등등 쟁쟁한 변호사들이 전관이라거나 고위직이었다는 점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다거나 불법적 이득을 얻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화려한 전관들을 이용해서 편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실체적 진실을 가리려 했다면 단죄가 필수다. 
 
화천대유의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고 알려진 정 모 회계사가 2년 동안 관련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 19개를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성남도시개발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과 증거들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버지와 화천대유 관계자의 주택 매매 역시 수상해 보이는 면이 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건네진 50억원이라는 퇴직금 역시 매우 비상식적이다. 화천대유 사건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무슨 관계인지도 정확히 규명되어져야 한다. 
 
여기까지는 원론적인 얘기다.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을 때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여야는 특검에 합의했다. 2016년 12월, 박영수 변호사는 특검으로 임명된 이후 5년째인 올해까지도 특검으로 근무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을 단죄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의 범죄사실도 확인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고 확정된 상태이다. 
 
상당히 어려운 수사였지만 촛불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시 특검 사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박 특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천 대유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면서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본인이 자문료를 받으면서 어떤 불법적인 상황에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의심과 함께, '아빠 찬스'로 딸을 취직시키고 딸이 큰 돈을 벌게 만들었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미르재단에 준 93억 때문에 뇌물죄로 기소될 위기에 있던 SK 최태원 회장 측이 화천대유에 400억원을 빌려줬고 이를 이유로 박 특검이 SK를 봐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상황을 좀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특검의 놀랄만한 성과가 이런 식으로 폄하되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촛불 국민들이 환호해마지 않았던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 수사의 본질이 섣불리 흐려져서도 안될 것이다. 성급히 단정짓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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