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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토마토칼럼)"요즘 군대 좋아졌다"

2021-09-08 06:00

조회수 : 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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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봤다. 잘 아는 군대, 잘 모르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리모컨 재생 버튼을 눌렀다. D.P.는 '재미있다'는 한마디로는 부족할 만큼 강하게 눈과 귀를 잡아당겼다. 첫 회가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다음 회차를 시청했다. 군 생활을 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기도 하면서 빠져들었다.
 
많은 사람이 D.P.에 매료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구타와 가혹행위 등 부조리를 현실적으로 잘 살렸다며 공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 정도까지였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다. 현역 군인도 잘 모르는 D.P.를 소재로 삼은 것도 인기 요인으로 생각된다.
 
이유야 어쨌든 D.P. 열풍이 불면서 정치권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숨에 여섯 편을 마쳤다"며 "정신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돼왔던 적폐 중의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혹행위로 기강을 유지해야 하는 군을 강군이라 부를 수 없다며 모욕과 불의에 굴종해야 하는 군대, 군복 입은 시민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을 반드시 바꿀 것이란 다짐도 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군내 가혹행위가 아직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나라를 지키러 간 군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일당백의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와 지원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공약도 소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D.P.를 보고 말도 안 되는 부조리와 폭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함께 드라마를 보던 청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느껴질 정도라 시청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D.P.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국방부는 폭행, 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고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득은 되지만 공감되지는 않는다. 군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요즘 군대 좋아졌습니다"라고 군색한 변명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국방부의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경험으로도 군 생활 2년2개월 동안 음식과 보급품, 생활문화 등 여러 가지가 개선됐다. 전역한 지 20여년이 흘렀으니 당연히 모든 것이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가혹행위가 이뤄지고 군 생활이 고통스러워 탈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게 현실이다. '예전보다 낫다'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모두가 할 수 있지만 군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유를 제약당하는 병사가 있는 한 그렇다. 어떤 환경이라도 원하는 시간에 먹고 자고 쉴 수 없으면 '좋다'는 평가가 어울리지 않는다.
 
병영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폄하거나 군 관계자들을 죄인 취급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방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희생하는 청년과 그들의 가족이 고통받거나 마음졸이지 않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우리 군이 가야 할 길은 까마득히 멀리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할 뿐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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