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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시론)‘중소기업 지원’을 구조조정하라

2021-08-22 06:00

조회수 : 1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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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안내책자를 접하게 된다. 정부의 지원사업과 제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전국적으로 온·오프라인 동시 사업설명회도 열려 지원정책과 사업에 대한 안내가 세심하고 친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정책이나 지원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간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지원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본 기업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마디로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두 권의 안내책자를 접하면 든든합니다. 마치 잔치 상을 받은 기분이죠”라고 말문을 열지만 결국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지원 사업이 1300쪽에 이르는 책자 속에 가득하지만 막상 한 회사가 신청할 만한 것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나치게 사업을 잘게 쪼개어 비슷하면서도 복잡하다. 지원 내용도 단위가 작아 일일이 서류를 갖추고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노력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얼마 전 어느 지방의 지원기관이 올린 공고문을 보면 사업이 얼마나 중구난방인지 알 수 있다. 공고를 내고 불과 며칠 후에 신청을 마감해 미처 준비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또한 선정업체가 단 한 업체이고 지원액도 몇 천만원에 불과하다. 지원 업체가 없으면 아마도 재공고를 낼 것이다. 설사 경쟁률이 수십 내지 수백 대 일이라 해도 하나의 선정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탈락 업체들의 시간과 노력은 어찌하나.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는 고객맞춤형으로 지원한다면서 과거에 하나의 예산으로 시행하던 사업을 여러 개로 세분화하고 조직도 비대해져, 하나의 담당 부서를 여러 개로 분리하거나 부서를 신설해 수행한다는 데에 있다. 그만큼 지원 인력도 늘어난다. 지원기관·단체가 너무 많은 것도 기업의 불편을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의 행정학자 파킨슨이 주창한 ‘파킨슨 법칙’처럼 지원 인력의 수는 업무량과는 직접적 관계 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예산도 점증주의적 성격을 띄고 있는데 이에 더해 사업의 세분화와 백화점식 지원, 그리고 중앙정부의 사업을 시군까지 모방하면서 만들고 있으니 가히 혼란스러울 정도다. 과연 지원 주체들이 정책적 이해나 사업의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하는 것인지, 투입 대비 산출의 측면에서 성과는 거두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예산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되고 중소기업보다 공급자인 지원기관 중심의 생태계를 견고하게 하는 부정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대내외적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기존의 지원사업·조직·인력의 구조를 보다 효율적이고 성과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지원기관 간 유사중복기능의 통폐합과 절차·서류의 간소화, 서비스 개선, 규제적 요소의 제거를 통해 가능하다. 
 
우선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을 파악해 통폐합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하나의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 자금을 받으면 기업이 용도를 적절히 나누도록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공급자들이 사업과 용도를 아주 잘게 정해 다수의 사업을 수행한다. 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이에 맞춰 이것저것 여러 개의 사업을 신청해야 한다. 
     
사업과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기관·단체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 그간 지원사업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공공 및 민간기관이 덩달아 늘었다. 초기 500명도 안되던 부처는 1300명이 넘게 몸집을 불렸고, 산하기관도 수십 명에 불과하던 데서 이제는 수백 명에서 천여 명에 가까운 인력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유사한 지원기관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는 직원이나 예산도 변변치 못할 뿐 아니라 사업 내용도 중복돼 실효성에 의문을 주고 있다. 
 
지원기관과는 별도로 협·단체 숫자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자조단체임에도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예산 사업을 하면서 유사지원기관으로 변모되고 있다. 어느 전문가는 “우리나라만큼 협회와 단체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며 오랜 정경유착과 관치경제의 그림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원사와 정부의 가교 역할에서 벗어나 정부 사업을 위탁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기관과 차별화가 돼 있지 못하거나 소수회원들을 결집해 정치 활동을 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지원 정책과 사업이 다다익선이라고 한다. 물론 전체 지원금액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운영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원 배분의 성과와 기업 경쟁력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예산의 낭비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집단저항이나 정치적 공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나 국회가 대의명분을 가지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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