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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윤

(영상)납품업자 등골 뺀 쿠팡 '갑질'…공정위, 33억 처벌

납품업자 경영에 부당 관여·광고 강매

2021-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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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수백 개 납품업자의 경영 활동에 멋대로 관여하고 판촉행사 비용 전액을 떠넘긴 쿠팡의 갑질 행태가 드러났다. 특히 마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하고,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약정 없이 판매장려금을 받아 챙겨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쿠팡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을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이달 11일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위반 혐의에 대한 최종 제재 방안을 확정했다.
 
위반 내용을 보면, 쿠팡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이마트, 11번가, G마켓 등 경쟁 온라인몰에서 일시적 할인 등으로 판매 가격이 하락할 경우 101개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을 올릴 것을 요구했다.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이 판매가격을 낮추면 곧바로 자신의 판매가격도 최저가에 맞춰 판매하는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마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보다 높게 판매되지 않도록 360개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자의 의사 결정 자유를 침해하고,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한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으로 봤다.
 
또 2017년 3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28개 납품업자에게는 397개 상품에 대한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213건의 광고를 강매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 등에게 광고를 요구한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에 위반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쿠팡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이 뿐만 아니다. 쿠팡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소비자들에게 다운로드 쿠폰 등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베이비, 생필품 페어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388개 납품업자에게는 할인비용 57억원을 전액 떠넘겼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에 따르면 판촉행사를 실시하기 전 납품업자와 판촉비 부담 등을 서면으로 약정하고, 이를 교부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또 서면 약정한 납품업자의 판촉비 분담비율은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는 직매입 거래를 하고 있는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 지급에 대한 약정 사항을 연간 거래 기본계약의 내용으로 약정하지 않고,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104억원을 수취했다.
 
판매 장려금은 직매입 거래에서 납품업자가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자신이 납품하는 상품의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이다. 대규모유통업자의 판촉 노력을 통해 상품 판매액을 증가시켜 약정 목표에 도달했을 경우 지급하는 ‘성과 장려금’ 등이 대표적이다.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을 지급 받기 위해서는 지급액·횟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연간 거래 기본 계약으로 약정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이 부당하게 관리한 품목은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 아기용품과 밥솥, 샴푸 등 생필품이다. 수백 개의 납품업체 중에는 LG생활건강과 유한킴벌리, 한국PNG,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SK매직, 레고코리아 등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이번 조치는 온라인 유통업자의 판매가격 인상 요구, 광고 강매 등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포함한 다수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적극 제재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자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납품업자, 해외명품 브랜드 납품업자 등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인정한 판례는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쿠팡 제재 건처럼 온라인 유통업자와 대기업 제조업체 간의 거래상 지위 인정 여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홍선 유통정책관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대규모유통업 분야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적극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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