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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제페토가 Z세대 사로잡은 비법은?…"'역할놀이' 주목"

힙한 라이프스타일 추구하는 놀이문화 확산

2021-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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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3차원 가상세계에서 친구에게 구찌 신상을 자랑하는가 하면, 구매했던 옷을 다시 되팔기도 한다. 동시간대 모인 아바타들과 게임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로 변신해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기간에 출생한 Z세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남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 MZ세대는 미래 소비의 주역이기도 하다. 지금 이들의 행보가 결국 미래의 경제다. 이들이 현재 몰두하는 공간,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는 개념적으로는 얼핏 게임 속 배경을 떠올리게 하나, 사실은 면면이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이다. 3차원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름 아닌 놀이, 쇼핑, 업무, 취미생활이다. 이같은 활동 하나하나는 오프라인 현실과 또 별개로, '경제'와 곧장 연결될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 사람들이 모인다면,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말을 걸기 시작한다면, 그리하여 이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필요조건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다. 국내외서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그 증거다. 전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의 참여자를 모은 제페토는 새로운 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역할놀이'에 주목하며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MZ세대 중에서도 더 어린 Z세대의 마음을 한발 앞서 사로잡은 비결을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의 비즈니스 제휴 담당 실무자에게 물었다.  
 
제페토 아바타들. 사진/네이버제트
 
증강현실(AR)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는 2018년 스노우를 통해 첫선을 보였고, 이후 지난해 5월 스노우에서 물적분할로 분사해 '네이버제트'라는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제페토는 Z세대(현 10~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며, 올해 7월 초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억8000만건을 기록, 현재까지 글로벌 가입자가 2억명대에 이른다. 특히 한류 컨텐츠에 관심이 많은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높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북남미, 유럽 등의 지역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페토 주 이용층이 Z세대인 만큼 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콘텐츠들이 방대하다. Z세대 이용자들은 역할놀이와 상황극에 관심이 많고, 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많아, 제페토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제페토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두터운 팬층도 형성돼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Z세대 사용자들이 역할놀이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게 여러 상황극을 위한 재료들을 제공해 그것들을 마음대로 조합해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제페토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2차 창작물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이들의 독특한 문화이고, 이러한 UGC(사용자제작콘텐츠)를 다른 SNS에 많이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셜 요소와 창작의 요소가 조화를 이뤄, 이용자가 만든 것이 남들에게 많이 보여지고 또 판매도 되는 선순환 구조가 제페토의 큰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다. 유저 간의 소셜라이징이 활발히 이뤄지는 데다,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유저들이 직접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제페토에 출시하고, 경우에 따라 수익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수익성까지 같이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제페토 안에서의 블랙핑크와 셀레나고메즈. 사진/네이버제트
 
다만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지나친 과금구조를 유도한다는 불만도 종종 나온다. 이에 대해선 "퀘스트, 출석 등 무료로 코인을 얻는 방법이 있고, 이용자인 크리에이터 수익창출을 위한 제휴 아이템들이 젬(제페토 내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들로 구성됐다"고 답했다. 
 
제페토의 인기에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도 사업 제휴를 하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70억원,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50억원을 투자 받은 데 이어 구찌, 크리스찬 디올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신한카드, CJ E&M 등까지 협업관계를 넓히는 성과를 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글로벌 Gen-Z(Z세대)들이 모여있는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브랜드·지식재산(IP)와의 협업을 통해 스타일리시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Z세대들의 놀이문화가 제페토 내에 더욱 확산됐다"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1020 유저들과의 스킨십도 늘어나 (협업사와 네이버제트) 양사 모두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 아바타. 사진/네이버제트
 
그러나 지출되는 비용부담이 커 현재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재무적인 부분은 글로벌 M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즈니스 모델(BM)관련해 "제페토는 사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툴과 도화지를 제공해, 표현할 수 있는 활동 범위를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수익 모델을 연구하고 참고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생태계 확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메타버스 생태계 전망에 대해 네이버제트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긍정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만 진행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전문적인 컨퍼런스 진행부터 스타 팬미팅까지도 제페토의 가상 공간에서도 만들어내고 경험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제페토 사용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제페토 가상세계를 더욱 더 풍성하게 채워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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