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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시론)코로나 '공존 시대', 전환을 준비하라

2021-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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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코로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3차 유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 때문에 참석자는 애초 30여명에서 10여명으로 줄었다. 특강 말미에 앞으로 코로나가 어떤 길을 걸을지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인간의 몸속에서 공존하는 길이다. 단순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처럼 인체 특정 부위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 상태가 나빠지면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에이즈와 독감, 감기처럼 인간 사회에서 함께하며 인간과 밀고 당기며 긴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특정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유행을 반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창이나 사스처럼 인간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강연에서 이 가운데 두 번째, 즉 인간 사회에서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코로나가 북반구와 남반구 등 기후에 관계없이 대유행을 하고 인간 말고도 개나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을 숙주로 삼고 있다는 사실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은 이루어지지 않아 백신 접종이 코로나의 운명에 끼칠 영향과 변이형 바이러스 유행의 영향에 대한 분석은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예측은 결과로 보면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을 비롯해 대다수 전문가와 국제기구, 그리고 각 나라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with) 코로나, 즉 코로나 공존 시대를 기정사실로 보는 데는 앞서 필자가 근거로 삼은 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지지부진한 점. 이 때문에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의 두드러진 필연적 특징 중 하나인 줄기찬 변이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사실 등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백신 접종은 확실히 유행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잠시뿐이다. 일부 변이 바이러스는 개발·접종된 백신의 방어 능력을 뚫고 접종자를 감염시킬 수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런 현상, 즉 돌파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돌파감염은 아직까지는 소수에서 일어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변이형이 더욱 강력해질 때, 지금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이 대륙별, 국가별로 천차만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코로나 공존 가능성을 높인다. 일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는 맞고 싶어도 맞을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각국 도생, 백신 국가주의라는 망령 때문이다. 또 코로나 백신 제조 기업들이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특허를 개방하지 않는 것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백신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돈 없는 국가들에게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백신 접종은 언감생심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코로나 공존 시대는 우리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코로나 공존 시대에는 국가 운영, 과학기술, 산업, 일상생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 대규모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시대의 종말, 교육, 문화, 의료, 쇼핑 등에서 비대면의 확대 등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코로나 공존 시대는 누구에게는 위기가 되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영업자든, 소상공인이든, 대기업이든, 지식인이든, 자유활동가이든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공존 시대에는 국가의 비전이나 목표를 새롭게 해야 한다. 국가를 이끌어갈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공존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한민국의 SWOT 분석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 공존 시대에 당장 필요한 것은 백신주권이다. 스스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면 백신 종속국가가 된다. 우리는 백신주권 국가가 되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백신 예약 대란이나 4차 대유행 등에는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도 뒤늦게 백신주권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산 백신 개발에 수조 원을 투입해 민간 기업을 대폭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령리보핵산(mRNA)을 다루는 기초 기술이 약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단시간에 백신을 개발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 공존 시대는 전환시대다. 정치, 과학기술, 교육, 보건복지, 산업 등 모든 부문에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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