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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김치를 왜 신치라 부르나"…'중국어 표기 철회 요구' 국민 청원

“김치, 외국인도 다 아는 고유명사”…대학 교수, 문체부 방침 철회 요구

2021-08-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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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김치의 중국어 번역 표기를 '파오차이'(泡菜) 에서 '신치'(辛奇)로 변경하겠다는 결정을 두고 이를 철회해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바꾼다는 문체부의 발표를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글에서 김 교수는 "김치 대신 신치를 사용하면 수백 년 동안 사용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외적으로 김치에 대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는다"며 "김치는 많은 외국 특히 중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를 대신할 말로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치'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외에 다른 외국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미 김치로 알고 있는 외국인들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고, 김치를 홍보하는 데에 사용하는 용어의 일관성 결여로 홍보 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읽을 것인지는 완전히 그들의 문제"라며 "(중국이)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라고 쓰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문자 생활을 위해 고안한 것이지, 미국이 나서서 지어준 게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와 고유 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해당 국민청원은 5일 오후 3시40분 기준 8093명이 동의했다.
 
문체부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개정안이 지난 7월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 용례로 제시했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신기(辛奇, 중국어 발음 '신치')'로 명시했다.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에는 '기', '김' 소리를 내는 글자가 없어 김치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지 못한다. 이에 2013년 농식품부에서는 중국어 발음 분석, 중국 8대 방언 검토, 주중 대사관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신치'로 마련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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