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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2020도쿄)"죽으면 책임지냐"…폭염에 테니스 경기 시작 늦춰져

2021-07-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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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2020 도쿄올림픽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늦춰졌다. 폭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선수의 희생이 나온 뒤에야 조치가 취해져 늦장대처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9일부터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경기 시간은 이날까지 오전 11시, 30일부터 8월1일까지 낮 12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높은 습도로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결국 ITF는 시작 시간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8일 여자 단식 준준결승에서는 스페인 대표팀 파울라 바도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더위를 이기지 못한 바도사는 휠체워를 타고 코트를 떠났다. 이날 체감온도는 37도에 달했다.
 
같은 날 남자 단식에 출전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경기 도중 심판으로부터 계속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고 "경기를 끝낼 수는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죽으면 ITF가 책임질 거냐"고 항의했다. 그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두 번이나 요청하기도 했다.
 
그간 선수들은 경기 시작 때부터 무더위와 습도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우니 시간을 늦춰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휴식 시간을 더 주는 것으로 그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좀 더 일찍 결정됐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스포츠호치>가 전했다.
 
이렇듯 늦장 대처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한 미국 방송사 NBC의 입김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NBC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올림픽 중계 계약권을 갖는 조건으로 IOC에 43억8000만 달러(약 5조 원)를 지불한 데 이어 오는 2032년까지 중계권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77억5000만 달러(약 9조 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일본 매체 아레아에 "테니스 경기가 오전 11시에 치러진 것은 미국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에 맞췄기 때문"이라며 "통상 여름 무더위에는 저녁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 하지만 IOC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받은 탓에 NBC에 끌려다니며 선수들의 컨디션은 뒷전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진정으로 선수들을 생각했다면 컨디션을 고려해 시간대를 변경해야 한다고 (IOC에) 주장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측의 이번 결정에 대해 노박 조코비치는 "좋은 소식이다. 좀 더 일찍 결정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파울라 바도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28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테니스센터 코트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단식 3회전 알레한드로 다비도비치 포키나(34위·스페인)와 경기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포키나를 세트 스코어 2-0(6-2 6-1)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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