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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030세대 떠난 노량진…"매출 반토막으로 끝나면 다행이죠"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이어지며 학생들 떠나

2021-07-09 06:00

조회수 : 6,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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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재난지원금 대신 그 돈으로 차라리 백신을 샀더라면 이렇게까지 심해졌을까 싶어요”(노량진 A카페 사장)
 
커피 한 잔 900원, 수박 한 컵 1000원, 라면·김밥 세트 5000원. 8일 서울에서 물가가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일대는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식당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최근들어 백신접종률이 낮은 2030세대가 서울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노량진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 세대가 이 상권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서울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일대는 원망보단 체념에 가까운 자영업자들의 한탄이 나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나오면서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애저녁에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노량진의 학원들이 온라인 위주로 수업하기 시작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체감상 코로나19 이전보다 학생이 약 7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한 테이크아웃 카페에 들어섰더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직원이 마치 막 개업을 한 것처럼 반갑게 맞았다. 오전 내내 손님이 없어 한마디도 안 했다는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직접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고시·공시생으로 가득했던 거리에는 인근 직장인들만 남았단다.
 
그는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인근 가게도 많이 폐업하면서 익숙했던 공간이 점점 낯설어졌다”며 “매일 인사하던 학생들이 안 보이면 고향으로 갔겠거니 한다. 합격해서 떠난거면 참 좋겠지만, 그러면 저한테도 알려주지 않았겠느냐”며 희미하게 웃었다.
 
올해 6월 말까지만 해도 정부와 서울시가 수도권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상인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1주일만 더, 2주일만 더 참자"는 정부의 말이 이제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대부분 “나만 어려운게 아니다”라며 분노가 체념으로 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보다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양호한 편에 속했고 폐업하는 가게도 속출했다.
 
노량진역 앞 한 제과점에는 직원이 1500원이라고 적힌 빵가격을 손님들이 잘 보도록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인 재작년보다 매출이 절반 정도 떨어졌지만 우리는 가게가 역세권에 있어서 그나마 낫지, 다른 쪽은 심하다”라고 말했다.
 
역에서 학원가가 밀집한 쪽으로 들어갈수록 텅 빈 가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리에 폐업 소식을 붙여놓은 카페, 철수를 하고 있는 뽑기가게, 원래 무슨 영업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깔끔하게 비워진 가게 등이 몇걸음 단위로 나왔다.
 
건물 귀퉁이에 붙은 가건물에서 서적·문구·생활용품 등을 파는 잡화점 상인은 “힘들게 사는 거다. 오늘(8일) 확진자가 1000명이 넘게 나왔다는데. 빈 가게가 자꾸 나온다”라고 말했다.
 
나란히 김밥을 팔던 가게는 얼마 전 한쪽이 폐업하면서 나머지 한쪽은 사장이 직접 나와 손님을 끌고 있었다. 매출은 떨어지는 반면 물가는 오르는데, 취업도 못 한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서울에만 거리두기를 단독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4명 이상 수준을 3일 이상일 때 가장 높은 4단계에 해당한다. 서울은 389명이 기준으로 8일 하루 348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4단계 기준을 초과하는 첫날이 된다.
 
8일 동작구 노량진 일대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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