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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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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당일 도축한 제주 흑돼지를 다음날 서울서 먹는 방법은?

제주식품 D2C시스템 도입한 제직증명 고도호 대표 인터뷰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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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유통단계를 확 줄인 생산자 직거래(D2C·Direct to Consumer)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도호 제직증명 대표는 지난 2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되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돼지농가의 이익까지 지켜나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간의 유통 밴더들이 생산자의 이익을 떼어가는 식의 현재 구조를 탈피해, 돼지 하나 잘 키워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육가공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배달되기까지 약 15단계에 이르는 과정으로 생산농가의 이득을 유통단계별로 나눠먹는 구조였지만 제직증명은 이 과정을 6단계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생산농가의 이득을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유통단계 군살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고도호 제직증명 대표가 지난 2일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으로 특허 출원
 
제직증명은 '제주를 직접 증명한다'는 뜻으로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제주의 흑돼지와 은갈치, 감귤 한라봉 등 제주식품을 생산해 전국의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2015년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제직증명으로 상호를 바꿔달았다. 현재 제주도 내의 13개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전량을 수매해 자체 가공하고 직접 배송하고 있다.지난해 성장유망중소기업, 기술역량 우수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제직증명은 지난 5월 한국 최초로 축산물 온라인 직거래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경매시스템은 새로운 업체가 진입하기 힘들 정도로 배타적인 데다 대량의 축산물을 꾸준히 소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별 소비자가 접근하기 힘든 구조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제직증명의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통하면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제주 축산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 경매 및 도·소매 등 유통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가격도 일반 대형마트 등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보통 돼지 한마리가 80kg인데, 이중에서 65kg가량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봅니다. 이것을 8등분(8kg), 16등분(4kg)해 소비자가 구매하기 편하도록 작업해 직접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제직증명의 온라인 경매 시스템에서  한마리, 8등분(8kg), 16등분(4kg) 등의 원하는 분량과 부위를 구입하면 제직증명이 바로 도축하고 발골, 직배송해 다음날 식탁에서 맛볼 수 있다. 제주흑돼지를 판매하고자 하는 식당 역시 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고 대표는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준비하는 단계"라면서 "자사몰과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제주흑돼지 한마리 구성(생오겹살·생목살·생앞다리살·생뒷다리살·생등심·등뼈족발)'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오후 6시 이전에 구매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제직증명은 지난 30일 K쇼핑의 첫 '라이브 커머스' 방송의 주자로 낙점돼 소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모바일과 TV앱에서 동시 송출된 국내 최초 현지 생중계 방송이었다. 사진/제직증명
 
결국 소비자가 답이다
 
화려하지 않은 언변이지만 진정성이 가득한 말투를 지닌 고 대표는 그간 다양한 기업 운영 경험을 쌓았다. 광고회사와 영어학원 등 다양한 업종을 거치면서도 '업'을 떠나 그가 항상 생각한 것은 바로 '고객', '소비자' 였다. 고 대표는 "소비자가 답"이라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결국은 소비자"라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최고로 믿을 수 있는 제품만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소비자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제주도에서 영어학원 사업을 하며 어떻게 하면 소비자(학생들)가 마음놓고 질좋은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필리핀 현지와 영어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을 만나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결국 필리핀서 직접 건물을 매입하고 콜센터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축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농산물까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주도의 식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열망이 지금의 제직증명을 만들었다. 
 
제주도 흑돼지를 비롯한 식품을 신선하게 유통하는 것을 넘어, 그는 제주도 식품의 뛰어난 품질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고 대표는 "하반기 추가로 계약하는 농가에서 스탠포드 의과대 연구팀과 '축산물 육질확인 및 염증검출 방법 및 장치'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도축 이전의 돼지와 이후의 상태를 데이터로 분석해 제주돼지의 질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해서다.
 
그는 "제직증명과 계약하지 않은 제주의 다른 흑돼지와 경쟁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며 손사래쳤다. 그러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제주흑돼지의 우수성과 고품질을 널리 알리고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직증명 공장. 사진/제직증명
 
흑돼지 요리 배달서비스 시작…프랜차이즈 사업도 염두
 
최근에는 논현역 인근에 엉터리생고기와 합작해 만든 자회사 '그레잇팩토리'를 통해 제주 흑돼지 고기 배달 전문점을 열었다. 고 대표는 "문을 연지 2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루 매출이 200만원을 넘어가고 있다"면서 "일 500만원 매출이면 한달에 1억5000만원, 적어도 6000만원 이상이 남는 구조로 프랜차이즈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조리제품 배달과 생산물 직배송, 레스토랑까지 겸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 점포가 자영업자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제직증명의 매출은 날로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자사몰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채널의 5월과 6월 매출은 각각 18억원, 2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총 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제주 및 인천 공장 등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이 같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흑자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2024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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