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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개발 '키보드 앱' 미국 10대에 통했다…애플 앱스토어서 '틱톡'도 제쳐

터치 한번으로 자주 쓰는 말 '복사·붙여넣기'…문자 대화 익숙한 청소년들 사이서 인기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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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처음에는 앱스토어 오류가 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보니 40만명이 다운로드를 받았더군요"
 
지난달 31일, 한국의 29세 청년이 개발한 키보드 앱이 미국 아이폰 앱스토어 앱 다운로드 수 1위에 올랐다. 이 앱은 ‘Paste Keyboard(복붙키보드)’라는 키보드 앱이다. 해당 앱을 개발한 한국인 개발자 박태진(29)씨는 앱스토어 1위에 올랐던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ctok)’을 재쳤기 때문이다.
 
틱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다. 지난 2020년 4월 이후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고수해왔다. 그런 틱톡을 우리나라 청년이 개발한 앱이 뛰어넘은 것이다.
 
‘복붙키보드’는 말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기능을 가진 단순한 키보드 앱이다. 앱에 단어나 문장을 작성해 저장한 후 ‘복붙키보드’를 기본 키보드로 설정하면 된다. 이후 키보드를 실행할 때마다 클릭 한 번으로 저장된 글자들을 붙여놓을 수 있다.
 
‘Paste Keyboard(복붙키보드)’는 말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기능을 가진 단순한 키보드 앱이다. 사진/애플 앱스토어 캡쳐
 
박씨가 ‘복붙키보드’를 개발한 것은 지난 2016년이었다. 당시 한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박씨는 동일한 문자를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일이 빈번했고, 입력 시간을 줄여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그는 “이왕 만든 김에 다른 분들에게도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앱스토어에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복사와 붙여넣기 기능만으로는 기존 아이폰에도 내장돼 있어 특별한 기능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해외 IT 전문 매체들도 ‘복붙키보드’가 틱톡을 누른 이유에 대해 뚜렷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명 IT 블로그 기즈모도는 “복붙키보드의 인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일어난 것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씨가 밝힌 ‘복붙키보드’의 인기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틱톡' 덕분이다. 박씨는 “누군가가 틱톡에 복붙키보드를 사용해 다량의 메시지를 보내는 영상을 올렸고, 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며 “틱톡 덕에 틱톡을 누른 앱이 됐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수가 증가한 만큼 박씨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급증했다. 이전까지 하루 9달러(1만원) 가량의 매출이 이제는 하루 3500달러(약389만원)으로 뛰었다. 월수입으로 계산하면 한 달 30만원 벌이에서 1억원대로 늘어났다.
 
틱톡 앱의 주 사용층이 10대 청소년인 것처럼 박씨의 ‘복붙키보드’ 사용 연령대도 미국 10대 청소년으로 어린 편이다. 이들이 ‘복붙키보드’를 이용할 때는 틱톡에서 유명인이나 자신의 친구들에게 ‘폭탄문자’를 보낼 때로 알려진다. 일종의 스팸(spam) 문자를 생성하는데 이용한다는 뜻이다. 실제 복붙키보드에 별 5개를 준 이용 후기도 똑같은 텍스트를 그대로 붙여넣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주로 중동 지역 사용자들이 게임 치트키를 입력할 때 주로 해당 앱이 사용됐지만, 폭탄문자를 보내는 데 사용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태진 씨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복붙키보드가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난 5년간 꾸준히 유지와 보수 과정을 거쳐온 앱”이라면서 “이번에는 미국 10대들의 니즈(욕구)에 맞춰 새로운 업데이트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인 개발자 박태진씨가 개발한 'Paste Keyboard'앱이 5월31일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사진/박태진씨 제공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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