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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노조 "강제징용 사건 재판부 망언, 한국법관 맞나 의심"

"일본 극우정치인 주장 그대로 원용"

2021-06-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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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 노조는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데 대해 '친일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가 일본의 논리를 따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판결의 이유로 삼은 근거가 우리나라의 극우 친일인사나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원용하여 큰 논란을 넘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판결에 자신감도 없고, 떳떳하지 못했는지 기습적으로 선고기일을 앞당겨 당사자를 배제한 채 도둑선고를 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협정으로 들여온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느니,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불법성은 국내 해석일 뿐, 일본이나 국제사회에서는 그 불법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느니,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판결이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면 국격이 손상되고, 대일관계, 한미동맹이 훼손된다는 등 실로 대한민국의 법관이라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망언들을 쏟아냈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송을 통한 개인 청구권 행사가 제한됐고, 일본 기업의 손해 배상을 인정할 경우 국제법을 어기게 돼 권리남용이라는 논리를 폈다.
 
노조는 "일본은 1945년 이래 단 한 번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법적 배상을 부인해 왔던 것"이라며 "그 결과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을 때의 논리다.
 
이어 "역사적 전개과정을 보더라도, 일본정부는 전후 센프란시스코 조약으로도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나 소련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직접 미국이나 소련을 상대로 소송을 하라는 것이 1990년대까지의 입장이었다"며 "마찬가지 논리로 한일청구권협정으로도 우리 국민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고,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재판을 제기하고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수많은 강제징용소송이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전부 패소판결을 하면서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는 강제징용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언급한 판결이 단 한건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일본은 아시아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2000년대 들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일본 법원이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지만, 이에 응할 의무는 사라졌다'는 논리를 적용해왔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2007년 일본최고재판소의 니시마쓰건설 판결은 소를 제기할 권리는 없지만, 재판 밖의 권리는 남아 있다며 이 권리를 통해 손해를 구제받으라는 판결을 한다"며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이런 억지 주장을 한국 판사가 그대로 받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법 체계가 국가 중심에서 인간과 피해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어떤 조약도 인권에 반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노조는 이런 흐름이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의 새 기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재판소에서의 패소를 걱정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패소 할 판결을 쓰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원고 승소와 국제재판에서의 패소가 국격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재판부 우려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노조는 "갖은 수탈에 시달리던 일제하의 농민들은 거짓선전과 회유, 협박으로 일본 본토의 공장이나 광산 등으로 강제 동원되었고, 엄격한 감시 속에 구타와 체벌, 열악한 환경에서의 중노동과 학대 등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역사를 안다면 이런 파렴치한 판결은 내리지 못할 것이다. 이런 판사, 이런 판결이 국격을 손상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관순 열사는 고문으로 팔다리가 다 부러져 나가면서도 이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뿐인 것이 원통할 뿐이라고 했다. 그때 나이가 17세"라며 "강제징용, 강제징집, 때론 독립을 외쳤다는 이유로 죽어간 사람들의 피맺힌 한 속에 세워 진 나라가 이 나라다. 판사씩이나 됐으면 부끄러움을 좀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를 탓하기만 하면 변하는 것은 없다"며 "이런 친일 판결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할 일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각하판결을 친일판결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한다"며 "항소심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판결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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