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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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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이슈 다시 불붙어…성장주에서 실적주로 이동

테이퍼링 개시 후 금리 인상 논의…아직 멀었지만 주도주 지형 변화

2021-05-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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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에서 다시 불거진 테이퍼링 이슈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이퍼링 논의 주장이 실물지표 개선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주식시장도 성장주에서 실적주, 가치주로 관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4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역임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옐런 장관은 “추가적인 지출이 미국 경제규모에 비해 작을지 모르지만 이는 완만한 금리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옐런 장관의 발언 하루 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한 대학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어느 시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며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을 매입 중이다. 정부가 매달 1200억달러 빚을 내서 시장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테이퍼링은 이와 같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경제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발언한 데 이어 테이퍼링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뉴시스>
 
이처럼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실물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관측에서 비롯됐다. 
 
미국 S&P500에 속한 기업들 중 381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선 기업이 84%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일주일 주보다 9만2000명 줄어든 49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밑돈 것이다. 이에 고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등 경제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대세는 아직 테이퍼링 유지에 맞춰져 있다. 연준 위원들 다수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에서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500억파운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유지됐다. BOE 회의에서 “현재 매입 속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통화정책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주식투자자를 비롯해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에 민감한 것은 양적완화의 감소 또는 중단의 끝이 기준금리 인상과 연결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다음 단계는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채권을 거꾸로 내다 팔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해 갑자기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거나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테이퍼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와 관련한 발언과 힌트를 반복해서 시장에 전할 것이다. 그런 뒤 최소한 연준 위원들의 절반 이상은 이에 동의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실제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전까지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다. 따라서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으나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회의에서 나올 발언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 테이퍼링에 대한 기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나중에 기준금리가 인상된다고 해도 주식시장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의미는 기업 경영이 정상화돼 실적이 회복되고 고용지표도 개선되는 등 실물경제 회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 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제가 나빠지는 신호가 나타나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어도 장기 시계열로 비교해 보면 물가와 금리, 경제성장률, 주가의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회복 과정에서는 주도주가 바뀔 수 있어서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주로 성장주들이 주목을 받는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은 실물경기의 타격을 받아 제대로 된 실적을 내기가 어렵다. 이때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기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PDR이란 새로운 투자지표가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PER(Price Earning Ratio)가 실적 대비 주가비율을 나타낸다면, PDR(Price to Dream Ratio)는 꿈 즉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지표화한 것이다. 미래의 시장점유율 대비 주가를 의미하기에 예상과 기대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틀릴 가능성이 높은 지표다.   
 
이런 지표를 만들어낼 만큼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고 ‘BBIG’ 등 주요 성장주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된 후에는 주도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제조업체들의 실적 회복과 증가세가 확인되면 굳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베팅할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증시가 고점을 찍고 2개월여 조정기간을 거치는 동안 주도주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바이오, 2차전지, 인터넷, 게임 등 지난 1년간 주가 상승을 이끈 성장주들이 주춤하는 사이 철강, 건설, 조선, 금융 등 전통 산업군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각 섹터의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TIGER KRX BBIG K-뉴딜 ETF가 2월말 1만2460원에서 5월7일 1만2300원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TIGER 200 철강소재 ETF는 7761원에서 1만1220원으로 44.56%, KODEX 건설 ETF는 3095원에서 3730원으로 2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STAR 200금융 ETF도 7606원에서 9375원으로 23.25% 올랐다. 
 
또한 1년 넘게 금지됐던 공매도 재개와 맞물려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실적에 비해 고평가된 성장주들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편승해 투자한다면 성장주에서 실적주 또는 저평가 가치주로 관심을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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