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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금융상품 수익률까지 책임져라, 당국-회사가 만든 고무줄 직원성과평가

하나금투·KB증권 소비자보호 강조, 금투업계 "필요성 알지만 지나쳐선 안돼"

2021-04-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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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증권사 내부 직원 평가로 활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 역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극단적 선택’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라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법규준수 환경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KPI의 개선을 유도 하겠다고 나서면서 현장 직원의 고충은 높아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권사의 KPI가 확대 및 개편될 전망이다. 
 
KB증권은 KPI 중 소비자보호 항목 비중을 9%에서 올해 20%까지 상향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판매 직원의 성과평가기준(KPI)을 전면 개편했다. 고객 수익률, 고객관리, 분쟁 발생 건수 등 소비자보호 항목의 가중치를 높인다.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상품을 판매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판매 후 사후 점검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늘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상품 판매 이후에는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상품 감리팀을 신설하고, 판매된 상품이 제안서와 같이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투자자 고지사항 발생 시 지침에 따라 투자자 고지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도 금소법 방향성과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KPI 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사 영업직 관계자는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일을 당해도 먼저 사과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면서 “고객의 민원이 성과 평가에 직결되기 때문에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KPI가 인사고과에 직결되는 증권사의 경우 직원들의 압박은 더욱 심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 자산관리에 집중된 증권사의 경우 영업사원은 KPI 점수로 승진이 결정될 수 있다”면서 “고객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객 평가가 자신의 승진으로 직결될 경우 지나치게 갑과 을의 관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금소법 이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이 회사에게 돌아간다. 결국 판매 직원이 고객 민원에 직접 증거자료를 모으고 대응해야 하는 압박도 커진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판매에 앞서 녹취 및 동의 등 필수 절차를 가져야 한다”면서 “금소법 시행 이전보다 매매 계약 체결에 시간이 배로 소요되면서 이를 가지고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 직원의 경우 고객 수익률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KPI가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고 망했다.
 
증권업계가 소비자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KPI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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