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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연 회장 자리다툼, 왜?…'염불보다 잿밥'

2021-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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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두 개의 집행부가 각각 나서 4대 소공연 회장 선거를 추진하는 등 내부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누리는 권한이 무엇인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소공연 회장직의 가치로 단연 정치적 입지 획득을 첫손에 꼽는다.
 
18일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소공연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달 20일 정기총회를 거쳐 4대 소공연 회장을 뽑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배동욱 전 소공연 회장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상태다. 양측은 배동욱 전 회장이 이른바 걸그룹 춤판 워크숍을 계기로 해임된 이후 갈등을 지속하는 중이다. 비대위 체제는 중기부의 유권해석 등에 따라 비대위체제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배동욱 회장은 법원 판결문에서의 문구를 빌미로 중기부 해석보다 법이 우선한다고 맞서고 있다. 
 
끝모르고 지속되는 양측의 분쟁과 관련해 업계에선 소공연의 높아진 위상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공연은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로, 소상공인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14년 4월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12개의 광역지역 지회와 117개 기초지역 지부가 있으며 77개 업종의 직능별 협회 및 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소공연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간 것은 2018~2019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인상되던 시기였다.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뭉쳐 최저임금 인상에 반기를 들며 궐기했고, 이 중심에는 소공연이 있었다. 2019년 이 단체의 신년하례회에는 다수의 유력 정치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이 단체의 초대회장인 최승재 회장은 결국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같은 배경 속 최 의원의 사례에 자극 받아 소공연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일부 관계자들의 '잿밥' 욕심이 지금의 사달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현재 소공연에 투입되는 정부지원금은 출범 직후인 2015년 5억원에서 지난해 29억5000만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단체 규모를 생각할 때 아직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회비를 받긴 하지만 업종별 50여개 단체에서 2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받는 정도다. 게다가 소공연의 예산 집행현황은 매년 2~3월에 개최되는 소공연 정기총회에서 의결되고, 이 내용이 중기부에 보고된다. 소공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예산집행과 관련해 중기부로부터 중대조치를 받은 적은 없다. 
  
결국 돈 문제보다는 업계 내 영향력이 소공연 회장직을 향한 열망을 부추기고 있을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이나 임원에서 물러난 인사들이 지위를 상실하면 허무해하고, 아쉬워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협회활동에서 회원들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한 인사는 소공연의 위상이 제고되고 그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소공연 회장 자리를 두고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쓴소리했다. 현재의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공연 회장이 되면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나 정부에도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것이 지위이고 명예인데, 지금은 정치적 입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며 바닥에 누워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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