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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독버섯 디지털성범죄①)제2, 3의 소라넷 등장…끊이지 않는 불법촬영물 공유

2021-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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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n번방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가 재등장했다. 텔레그램 형태의 비공개 방에서 불법촬영물을 판매하는가 하면 제2, 3의 소라넷과 같은 사이트에서 이를 공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n번방 방지법이 제정되면서 불법촬영물의 단순 소지·시청까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생겼지만, 비슷한 형태의 범죄는 끊이지 않고 우후죽순 퍼져나가고 있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소라넷 복사판' 외에도 유사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제재를 가하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당 사이트들은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사이트들에선 화장실이나 여탕 등에서 촬영한 몰카(몰래카메라 촬영물)나 동의 없이 유출된 성관계 영상, IP카메라 해킹 영상 등이 유통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모두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삭제·차단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국민청원에 등장한 사이트 A는 '제2의 소라넷'으로 자리잡으며 음란물과 함께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고 있었다. 사이트 가입자는 7만명 이상, 일 방문자는 3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는 방심위의 자율규제 요청을 무시하고 서너 차례 주소를 변경하며 운영을 이어가다 국민청원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사이트를 닫았다. 사이트 A 운영자는 해당 사이트 운영을 종료하며 "자신들만 타깃이 된 것이 억울하다"고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이트 A에는 접속할 수 없다. 
 
B사이트 이용자들의 댓글. 사진/사이트 갈무리
 
사이트 B도 A와 유사한 형태로 불법촬영물을 유통해왔다. 사이트 B는 사이트 화면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소지한 자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B는 불법자료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등 자신들이 불법촬영물을 유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불법촬영물을 금지자료로 지정하지 않았다. 방심위가 삭제를 요청하자 운영자는 해당 자료가 불법 촬영물이라는 증거를 대라며 '피해자 신분증'을 요청하는 등 악질 대응을 이어갔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회원만 접속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 주소를 바꾸며 운영하고 있다.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재 신규 가입자도 받지 않고 있다. 
 
불법 정보를 업로드하지 않는다고 고지하는 B사이트. 가려진 부분은 사이트명. 사진/사이트 갈무리
 
문제는 해당 사이트들에서 동일한 정보가 반복 게시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사이트들에서 중점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영상은 C씨가 모은 150여 명의 불법촬영물이다. 불법 영상 수집·촬영 건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C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영상을 온라인상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구글 드라이브 형태로 해당 영상을 유포했는데 방심위 요청으로 해당 구글 드라이브는 삭제됐지만, 불법 사이트나 텔레그램 등에서 재배포·확산되는 중이다. 
 
A나 B 외에도 유사 사이트는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해당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방심위는 지난 1월 29일 자로 4기 위원회가 종료된 뒤 5기 위원회가 선임되지 않고 있어 심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4기 위원회 종료 이후 대기 상태인 통신심의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7만여 건이다. 이 중 디지털 성범죄 관련이 3333건이다. 방심위 관계자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신고는 지난 9일 기준 약 4000여 건으로 열흘 만에 700여 건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방심위 심의 없이도 빠르게 사이트를 차단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이트 서버나 주소가 바뀌면 다시 심의해야하는 등 불편한 절차를 간소화해 피해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과거 심의에서 불법촬영물이 확인됐다면 최소한 차단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방심위에 이전부터 유통 정황이나 관련 제보 정보 기록이 있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차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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