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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수에즈 운하 사태에 한국 조선사 웃는다

일본 조선 신뢰 하락…"한국 기술력 입증 기회"

2021-03-3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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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았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다시 물에 떠오르면서 '물류 대란' 사태가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일은 한국 조선사들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에버기븐호는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건조했는데, 수에즈 운하 사고가 일본 조선 기술력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일본과 경쟁국인 한국 조선사들이 기술력을 입증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29일(현지시간) 에버기븐호 선체가 완전히 물에 떠오르면서 운하 통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에서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지른 채 좌초했다. 이 선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중 하나인 22만4000톤(t) 규모며 좌초 당시 2만여개의 컨테이너가 실렸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풍이 불면서 선체가 제방쪽으로 움직여 선박이 멈춰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정부는 선장에게 사고 책임을 돌린 가운데, 선박 자체에 기술적 결함이 없었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서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예인선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사진/수에즈운하관리청(SCA)
 
특히 수에즈운하관리청이 사고 이후 먹통이 됐던 선박의 방향키와 프로펠러가 다시 작동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좌초가 전기 계통 결함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버기븐호는 2018년 건조된 비교적 최신 선박으로, 기후 상황이 아닌 선체 자체 문제라면 노후보다는 기술적 결함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사고로) 선박 설계 과정에서 선체가 받게 될 풍향과 풍속을 고려해 요구되는 추진속도 등 기본 설계 능력이 일본 조선업에는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1980년대 조선합리화정책의 일환으로 주요 대학의 조선·해양학과를 폐지하면서 현재 전문 인력이 줄어든 실정이다.
 
이번 사고로 저유황유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점도 국내 조선사들에겐 호재다. 이로 인해 중고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추진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해운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를 대체 연료로 사용하거나 황산화물을 걸러주는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이번에 좌초한 에버기븐호는 일반 연료와 저유황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건조됐다. 환경 규제에 따라 일반 연료를 사용할 땐 스크러버를 가동하는 식이다. 다만 수에즈 운하는 스크러버 가동을 금지하고 있어 에버기븐호는 저유황유를 사용해 이곳을 통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유황유가 엔진 작동에 장애를 일으켰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기울었다는 것이다. 실제 저유황유는 기존 엔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데다 아직 국제적인 기준이 없어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처럼 수에즈 운하에서 스크러버를 가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저유황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LNG 추진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은 1990년대부터 LNG운반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은 일본, 중국보다 뛰어나다"며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중요해지면서 LNG추진선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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