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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일상 된 땅 투기) ②3기 신도시 고양 ·부천…대부분 외지인·지분쪼개기 정황도

고양 창릉 필지, 네 달만에 두 배 뛰어도 매매

2021-03-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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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한 개발제한구역 필지. 이곳은 2019년 2월 매매됐는데, 3.3㎡당 매매가격이 4개월 전보다 104% 상승했다. 사진/김응열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신도시 땅 투기 논란은 비단 공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들도 신도시 투기에 가담하고 있다.
 
서울과의 입지가 가까워 부동산업계 주목을 받는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에서도 개발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 매매 거래 사례가 다수 나왔다. 토지 거래가 흔한 편이 아님에도 2~3년만에 최소 50% 이상 급등한 가격으로 땅을 산 건 투기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일대에선 전형적인 투기 수법으로 불리는 지분쪼개기 정황도 다수 나오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와 밸류맵 등 정부 부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양 창릉지구 신도시 예정지인 덕양구 화전동에서 지목이 답으로 분류된 약 1700㎡ 규모의 개발제한구역 토지가 지난 2019년 2월 매매됐다.
 
당시 거래가액은 12억7000만원으로, 3.3㎡당 가격은 247만8364원이었다. 불과 4개월전인 2018년 10월에는 6억3000만원, 즉 3.3㎡당 122만9425원에 매매된 곳이었다. 단기에 104% 뛴 값으로 토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행신동에서도 2년6개월만에 2배 이상 땅값이 뛴 사례가 있었다. 면적 약 2100㎡ 규모의 한 개발제한구역 임야는 지난해 8월 3억9240만원에 매매됐는데 3.3㎡당 59만9996원이었다. 2018년 3월 3.3㎡당 29만518원에서 107% 뛰었다. 
 
용두동에선 지목이 전으로 분류된 개발제한구역 토지 두 필지가 지난해 2월 매매됐다. 한 필지는 8억8000만원이고 다른 한 곳은 2억원이다. 2억원에 거래된 필지는 2017년 5월에 비해 62%가 오른 값으로 거래됐다. 이 필지 매입에는 두 땅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이 동원됐다. 채권최고액이 7억원을 넘었고, 대출원금은 약 5억원 중반대로 추산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한 개발제한구역 필지. 사진/김응열
 
부천 대장지구에서는 경남에 거주하는 토지 소유주가 있었다. 신도시 추가 지정 발표가 나온 2019년 5월, 지목이 답이고 개발한구역인 한 필지는 6억6000만원에 팔렸다. 땅 소유주는 2명인데, 이들은 경남 진주시와 합천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인근의 다른 땅도 사들였다. 이 땅도 지목이 답이고 개발제한구역인 필지다. 이 땅에는 채권최고액 5억400만원이 설정됐다. 상경투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토지 거래가 개발 차익을 기대한 투기 수요가 유입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이나 신도시 이주보상을 노렸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인 땅을 매수한 점, 단기간 내에 급등한 가격을 부담한 점 등을 보면 이 같은 거래들은 대체로 투기성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은 인근 땅 주인 중 대다수가 투자 목적의 외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양시 화전동의 한 주민은 “이 인근 땅 소유주는 개발정보를 알고 들어온 외부 사람이란 소문이 수년 전부터 파다했다”라고 언급했다.
 
부천 원종동에서 만난 한 농민도 “비닐하우스만 세워져 있고 농사는 짓지 않는 땅이 많다”라며 “땅 주인 중에 원주민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의 땅 매매 거래 중에서는 ‘지분 쪼개기’ 정황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고양 창릉지구 토지 거래는 지난 2019년 238건이었는데 이중 지분거래가 77건으로 32%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토지 거래 317건 중 지분거래가 134건으로 42%였다.
 
지분거래 비중이 10%포인트 늘었다. 지분 쪼개기란 지구 지정 전 토지 지분을 나눠 입주권 등을 다수 확보하는 투기 수법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에서 1000㎡ 이상 토지를 보유한 소유주가 땅을 LH에 넘길 경우, 무주택자에 한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지분 쪼개기 정황은 부천 대장지구도 나타났다. 2019년 부천 대장지구의 토지 거래 75건 중 지분거래가 18건으로 24%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총 96건 중 지분거래 39건으로 40%까지 늘었다. 이밖에 하남 교산지구에서도 임야 1필지를 172명이 공동소유하는 등 3기 신도시 전반적으로 투기 자본이 모여든 정황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일대.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주택에 비해 장벽이 낮은 토지 규제가 이 같은 땅 투기를 일상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주택을 중심으로 규제를 하면서 대출 비율을 낮췄지만, 토지는 주택보다 담보 대출 비율이 높다”라며 “활용 가능한 정보가 있다면 규제가 덜한 땅 투자로 수요가 유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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