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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방탄소년단이 선 'MTV언플러그드' 어떤 무대?

2021-03-01 08:00

조회수 : 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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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한국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있었다. 
 
24일 방탄소년단이 'MTV 언플러그드' 무대에 선 것. 한국 가수 최초다.
 
'MTV 언플러그드'는 미국 음악 방송 중에서도 유서 깊은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사실 MTV라는 방송사명이 생긴 것도, 1990년대 뮤직비디오 열풍 'MTV 붐'도 모두 이 프로가 흥행하면서 생겨난 다음의 일이다.
 
방송 콘셉트는 이펙터 사용을 배제한 '순수 음악' 그대로의 실연. 어쿠스틱 기타와 오리지널 피아노, 마이크 정도의 소규모 편성이 일반적이다. 앰프를 활용한 베이스기타나 해먼드 오르간 정도는 가끔 쓰일 때도 있었다.
 
1989년 11월2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그간 수많은 전설들이 이 무대를 거쳤다.
 
이 무대의 유명세가 워낙 강력했기에 음반사들은 방송 뒤 앞다퉈 'Unplugged' 버전의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일상적인 일처럼 빌보드 차트가 전복됐다.
 
1992년 에릭 클랩튼 무대의 라이브 버전 'Unplugged'는 전 세계 26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재까지 전 세계 통틀어 라이브 앨범 최고의 기록이며, 클랩튼은 이 앨범으로 그래미 트로피를 6번이나 거머쥐었다. 
 
이 무대의 콘셉트 자체를 깨버린 너바나의 무대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커트 코베인은 어쿠스틱이란 프로그램 본바탕을 무시하고 앰프와 이펙터 페달를 이용, 역사에 남을 만한 무대를 만들어 버렸다. 앰프 앞에 가짜 상자를 세워 '어쿠스틱인 것처럼 연기'한 무대는 전설처럼 오르내린다.
 
코베인 죽음 뒤 발매된 이 라이브 버전의 앨범은 너바나 음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기록된다. 빌보드 200 1위와 1996년 그래미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음악 앨범 상 등을 휩쓸었다.
 
세계적인 명곡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1~2곡 씩 선보이는 무대로도 유명하다.
 
머라이어 캐리는 1992년 잭슨 5의 'I'll Be There'를 백업 싱어 트레이 로렌즈와 함꼐 꾸몄다. 당시 싱글은 빌보드 메인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즉시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다만 인터넷의 보급과 음원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2009년 이후부터는 다소 영향력이 약화됐다. 온라인으로만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MTV 언플러그드 2.0' 시대로 일컫는다.
 
이 시기부터는 영국 그룹 플로랜스앤더머신, 영국계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션 멘데스, 미국 펑크록 뮤지션 블리처스,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칼리 레이 젭슨, 뉴질랜드 싱어송라이터 로드 등 세계 팝 계에서 떠오르는 신예들을 주로 무대에 세웠다.
 
방탄소년단이 이 무대에 선 것은 최근 세계 팝 음악계에서 떠오르는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과도 닿아있다.
 
세계 대중음악계의 수많은 스타들 역시 이 프로를 주목한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커버곡으로 불렀는데, 곧바로 크리스마틴으로부터 화답을 받았다. 그것도 눈을 의심할만한 한국어로...
 
다만, MTV의 역사를 바꿔버린 '너바나' 같은 실험성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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