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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LG·SK 배터리 전쟁…소송 장기전 돌입하나

2021-02-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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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온지 12일이 지났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 손을 들어주면서 한편으로 SK가 적극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는데요. 합의금 규모를 두고 양사간 의견 차이가 너무 큰데다가 아직 ITC 최종판결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와 SK 양사는 배터리 소송 결과를 두고 서로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ITC 향후 10년간 SK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팩 등에 대한 미국 내 생산·수입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또 SK와 공급계약을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까지 LG는 2~3조원의 배상금을 요구한 반면 SK는 5000억~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60일의 심의 기간동안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다툼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의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되고 소송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LG측은 미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의 손해배상 기준에 따라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금액의 200%까지 배상금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LG 측 관계자는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른 손해액에 델라웨어 민사 소송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적용하면 배상금이 5조~6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SK는 LG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SK 관계자는 "그간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 이후 진행된 델라웨어 민사 소송에서 내린 징벌적 손해배상액 최대 규모는 1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1년 코오롱과 듀폰의 법적 분쟁 당시 코오롱은 1심에서 1조원을 웃도는 배상액 판결을 받았지만 미국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1심을 뒤집는 파기환송을 거친 뒤 최종 약 2800억원의 합의금을 듀폰에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SK가 순순히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SK의 항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K는 지난해 2월 ITC의 SK 조기패소 판결 이후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이후 재검토가 결정됐던 것처럼 미 대통령의 검토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항소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송건에 대해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심리를 맡고 연방대법원이 확정하게 되는데요, 다만 항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ITC의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관련 판결 효력은 지속되고, 결정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의 항소는 자사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LG관계자는 "지난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 총 6건 중 5건이 항소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바뀐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최태원 회장은 오전 SK그룹 산하 공익재단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배터리 기술의 미래' 웹세미나에서 "미래 혁신 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배터리 생태계 성장에 있어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업계에서 기대했던 LG와의 화해의 제스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K배터리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중국 CATL은 290억위안, 약 5조원을 중국 공장 신규 건설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390억위안을 투자하기로 한 뒤 두 달만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죠. 이번 공장 증설로 CATL는 오는 2023년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이 336기가와트시(GWh)로 3배 확대될 예정입니다. CATL은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에 탑재된 배터리 공급사로 2차에 이어 SK이노베이션과 함께 3차에도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 소송 이슈가 하루 빨리 마무리 돼야만 K배터리 위상도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배터리 소송의 결과 합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양사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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