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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정말로 어려워진 쌍용차, 해결책이 안보인다

2021-02-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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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쌍용자동차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정말로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올 정도입니다. 쌍용차(003620)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 때 주지 못하다보니 업체들이 납품을 거부하고 이에 따라 부품이 없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월에는 가동을 한 날이 3일에 불과하면서 정말 쌍용차의 앞날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2018년 1월 초 자동차팀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갔던 일정이 바로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출시행사였습니다. 최종식 전 대표가 직접 나와서 설명도 하고 신차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동차팀에 오고 첫 행사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2019년 1월 출시됐던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쌍용차
 
2018년부터 현대, 기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3사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철수로 이때부터 한국지엠은 철수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도 2019년부터 노사갈등이 지속되면서 위기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구요. 
 
그나마 쌍용차는 상황이 나았지만 지난해부터 재고물량이 많다는 우려가 나오더니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졌습니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이 위기의 요인 중 하나이지만 쌍용차는 10년이 넘도록 무분규 타결을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노사 이슈가 쟁점은 아닙니다. 
 
쌍용차의 위기로는 아무래도 주요 신차의 판매 부진이 거론됩니다. 쌍용차는 2015년 이후 티볼리의 흥행으로 숨통이 트였습니다. 티볼리는 4~5년가량 소형 SUV 1위를 차지할 만큼 효자 모델이었죠. 
 
티볼리 모습. 사진/쌍용차
 
그러나 현대, 기아가 코나, 스토닉, 셀토스, 베뉴 등으로 물량공세를 했고 르노삼성 XM3,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등 경쟁 모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티볼리가 지금까지 이 정도 버틴 것도 대단해 보입니다. 
 
G4렉스턴은 팰리세이드가 나오면서 힘을 잃었고 코란도도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란도를 ‘더 커진 티볼리’라고 평했는데,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외에 다른 모델이 부진하면서 위기가 심화됐다고 보입니다. 렉스턴 스포츠도 2018~2019년 연간 4만대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었지만 서서히 한계가 보이고 있구요.
 
쌍용차는 SUV 전문회사인데, SUV 열풍으로 다들 SUV 신차를 내놓으면서 차별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임영웅 마케팅을 앞세워 렉스턴을 출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대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쌍용차가 지금의 위기를 딛고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진/쌍용차
 
쌍용차는 HAAH 오토모티크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도 있습니다.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여파에 쌍용차를 지원할 여력이 없습니다. P플랜에 돌입하려면 채권자 절반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 쌍용차가 망한다면 협력업체까지 엄청난 후폭풍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다만 지금 위기를 넘기더라도 전기차, 미래차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쌍용차가 뒤쳐져 있다는 점에서 앞날이 밝지 만은 않습니다. 
 
이달 초 티볼리 에어를 시승하면서 저도 마음에 무거웠습니다. 쌍용차가 정말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는데, 경쟁력을 회복해서 생존의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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