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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미래차 전환에 자동차 부품업계 구조조정 시작됐다

현대차 납품기업 우영산업, 해고대상 안내…업계 "위기 해소할 엄두도 안나"

2021-02-2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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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친환경차로의 시장 재편에 국내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형성된 부품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고용비용 절감을 위한 부품업계 감원 규모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차체부품 제조 전문기업인 우영산업은 지난 19일 '경영상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안내 건'이라는 내용을 공고했다. 경영상 해고대상자는 지난 3년간의 근무(결근·지각), 생산기여도(일수·시간)의 감점 평가와 근속기간, 연령 등의 가점 평가에 따라 선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차로의 시장 재편에 국내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사진/뉴시스
 
우영산업은 공문을 통해 "회사는 지금의 경영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동안 노사간담회와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하지 않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외주화를 통한 전환배치, 무급 순환휴직을 포함한 비용절감에 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로 도출되지 못했다"며 "따라서 회사는 부득이 단체협약에 의거해 경영상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해 공정한 기준을 수립해 조합에 제시하고 전 직원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해고대상자 선정과정을 거쳐 해고대상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국금속노조 소속인 우영산업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 측은 어떤한 형태의 정리해고도 수용할 수 없으며, 사측의 해고 강행시 향후 라인 가동 중단을 비롯한 강력 대응을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 측의 반발에 공고를 일단 철회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영산업은 몰딩, 도어샤시, 벨로우즈, 도어스커프 등 자동차 부품만 생산한 중견기업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우영산업의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은 2018년 165억7500만원, 2019년 229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총손실은 같은 기간 63억2200만원에서 139억7800만원대로 늘어났다. 
 
자동차업계는 이는 우영산업만의 어려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2018년부터 감소하고 있어 동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 약 9532만대를 정점으로 2018년 9490만대에서 2019년 7000만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17년의 내연차 판매 수준으로의 복귀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친환경차로 급격히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내연차 부품 생산에 주력해 온 부품업계는 물량 확보에 타격을 입었다. 2050년에도 내연차 수요는 존재하겠지만 이조차도 순수 내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이기 때문에 향후 수요도 물투명한 상황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했는데 여기에 맞는 차체를 만드는 능력조차 극소수의 부품업체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은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계열사를 통해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 부품업계의 양극화가 친환경차 개발로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은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의 업황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쳤고, 미래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품수요가 줄어들면서 고육지책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사업전환이 필수적이지만 재정 문제와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까지 있어 해결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품사들은 최소 2만명 이상을 감원한 만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통계로 고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는 4대 보험에 가입된 부품업체 정규직 직원만 대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까지 파악한다면 과거 2만명의 감원된 인력과 앞으로 최소 5만명 이상은 감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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