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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16만→10만대 목표하향…위기감 깊어지는 르노삼성

1월에만 보유현금 1천억 감소…노조 "1교대 전환 시 특근 거부"

2021-02-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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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판매 부진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생산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노사 간 강대강 대립이 지속되면서 르노삼성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 18일 6차 본교섭을 앞두고 노조에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뇨라 사장은 “이번 희망퇴직은 고정비 25%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노사 간 머리를 맞대 최적의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목표는 당초 15만7000대에서 10만대 정도로 예측하고 있으며, 연장근무를 하게 된다면 12만대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1교대 전환 등 물량감소에 대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만약 사측에서 1교대 근무를 결정한다면 특근 및 잔업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2014년 15만3110대였지만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하게 되면서 2015년 20만5059대, 2016년 24만3965대, 2017년 26만4037대, 2018년 21만5680대 등 20만대를 넘겼다. 2019년에도 16만3796대를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되면서 11만2171대로 하락했다. 
 
르노삼성이 올해 생산목표를 대폭 하향하면서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 실적은 9만5939대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지만 수출은 2만227대로 77.7%나 감소했다. 올해 1월 내수 판매는 3534대로 전년보다 17.9% 줄면서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5918대), BMW(5717대)보다도 낮은 판매량을 보였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적극적인 신차출시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특별한 신차 없이 연식변경 모델만 선보일 예정이어서 판매 모멘텀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악화되자 시뇨라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2020년 한 해 동안 회사가 보유한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소진됐다”면서 “올해도 시작이 좋지 않아 내수에서 3534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면서 한 달 동안 보유현금이 1000억원 정도 더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 대립이 지속되는 점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이달 9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은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믿고 그룹 최고 경영진을 설득했다”면서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최근 7년간 르노삼성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이고, 그룹이 배당금으로 가져간 금액이 9000억원에 달한다”면서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달 말까지 사측과 대화에 나서지만 진전이 없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력 모델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르노삼성의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노사 갈등이 계속된다면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에 배정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부산공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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