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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금융지주 부실 선제대응)②"금융신뢰 상승 긍정적…정리 실효성은 미지수"

시장관계자·전문가 "투명성 증가 기대…주주반발로 조기정리는 못할 듯"

2021-02-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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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시스템적 중요 금융회사(SIFI)'의 정상화·정리계획 제출을 의무화함에 따라, 앞으로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금융사 내부에서만 수립됐던 부실 관련 '컨티전시 플랜'이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번 제도가 금융사 위기를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부실 발생시 신속하게 정리해 시장 혼란을 막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정리계획 수립과 별개로 실제 부실 금융사를 정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금융사 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부실을 조기에 정리하지 못하고 채무초과상태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부실정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위기대응 능력 제고에…시장 신뢰도 증가 
 
우선 시장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화·정리계획 제도로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금융산업 주체들은 이번 사전 회생·정리계획안으로 위기에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금융부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미리 부실정리 계획이 수립돼 금융산업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금융사 부실로 주식·채권이 소멸 위기에 처하더라도 투자자는 미리 정부가 발표한 부실정리계획에 따라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금융사 스스로도 리스크 대응 능력이 높아져 안정적인 경영을 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대규모 부실에 닥쳤을 때마다 허둥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갑작스러운 위기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해외와 다르게 정상화·정리계획을 시장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정상화·정리계획을 시장에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한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공시된 정리계획을 참고로 더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계획 수립은 긍정적…실제 부실정리 효과는 미지수
 
사전에 부실정리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금융권의 위기대응 능력은 높아졌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부실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주로 우리나라는 금융사 부실이 눈앞에 드러나야 정리계획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오성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부실 징후가 있는 금융사를 조기정리하기 위해서는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반발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정부는 현행법에 '부실 징후가 있으면 정리 조취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과채무(부실) 상태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부실정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 교수의 '부실금융회사의 조기정리를 위한 예금자보호법제의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부실금융사 조기정리는 주주권리를 강제로 소멸시키거나 축소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또 주주들이 국가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부실금융사의 조기정리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미국은 금융사 조기정리절차를 인정하고 주주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본다. 주주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철구를 제기해도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유럽·영국은 주주권 소멸이 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주주들이 부실금융사 조기정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오 교수는 부실정리 계획과 별도로 부실금융사를 조기에 정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예금자보호법 제4장에 부실금융회사의 조기정리에 필요한 규정을 둬야 한다"며 "가칭 조기정리금융관재인과 특별관리대상 금융회사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처럼 정당한 권리보상과 사법절차에 의거해 잔여재산을 분배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이주열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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