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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코로나 수혜 본 보험사들, 배당은 '찔끔' 왜?

당국, 배당 자제 압박 거세…과도한 시장개입 우려 여전

2021-02-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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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호실적에도 배당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 탓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메리츠화재(000060) 등 실적을 발표한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이 일제히 상승했지만 배당성향은 그에 비해 저조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1280원씩 총 1511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34.9%다. 최근 3년 평균치 34.4%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 31.5% 보다 3.4%포인트 증가했지만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하다는 평가다. 2018년 배당성향은 39.2%에 달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순익은 4318억원으로 전년 3013억원 대비 43.3% 증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순익을 나타냈던 2017년 보다도 12.3% 증가했다. 
 
주주친화적 경영을 강조해 왔던 삼성생명은 오히려 배당을 낮췄다. 보통주 1주당 25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 5.7% 줄었다. 배당성향도 35.5%로 전년 48.7% 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3년 평균치 36.0% 보다 1.5%포인트 낮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순익 1조2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증가했다. 앞서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따라 배당 상승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보통주 1주당 8800원의 현금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 300원 늘었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49.5%로 6.7%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3년치 평균 47.5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삼성화재는 단계적으로 배당성향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순익은 7573억원으로 17.3%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저조한 배당을 보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 임원들에게 배당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여파와 더불어 IFRS17 도입에 대비하라는 차원이다. 이에 한화생명(088350) 등 순익이 폭증한 보험사들의 향후 배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그에 따른 보험사들의 요구 자본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계약을 많이 보유할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주요 배당 자제령을 내린 은행 등 제1금융권과 업권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 이슈로 인한 배당은 동떨어진 감이 있다"면서 "특히 주주 관련 중장기적 전략을 내비친 보험사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보험사들의 경우 주주와의 약속을 어길 수도 없고 당국의 권고 사항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IFRS17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배당을 결정할 텐데 굳이 금융당국까지 나서는 것은 과한 처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IFRS17로  회계제도가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에 당국의 권고처럼 보험사들도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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