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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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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무비게이션)‘몬스터 헌터’, 극단적 단순함의 쾌감

‘게임 원작’ 스크린 변환…장황한 서사 대신 액션의 ‘간결함’↑

2021-02-01 00:00

조회수 : 1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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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게임 원작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다. 게임 자체 서사도 분명 존재하지만, 게임과 영상 언어 사이 괴리감이 관객들에게 묘한 이질감을 만들어 낸다고 밖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기존 게임 원작 영화는 유달리 장황한 서사 삽입 탓에 원작 장점도 영화로서의 장점도 무너져 왔다. 게임과 영화가 사용자와 관객을 잡아 끄는 포인트 자체가 다른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사의 예술이지만, 게임은 상상을 통한 사용자 기반 포맷이다. 게임을 경험한 관객이고, 또 그렇지 않은 관객이라도 진입 장벽 자체가 처음부터 설정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선입견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영화로 변환시키려면 서사의 단순성부터 끌어와야 한다. 영화의 기본 전제를 무너트리는 방식이지만, 영화가 서사만의 예술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도 분명히 열려 있다. 이런 전제로 출발해 보자면 몬스터 헌터는 꽤 흥미로운 결과물로서 앞으로도 등장할 게임 원작 영화의 좋은 래퍼런스가 될 것 같다. 단순함을 극대화 시킨 서사, 그리고 원작 게임 기본에 충실한 설정, 선택과 집중의 변별력 폭을 극단적으로 좁혀 버린 구성 등이 눈에 띈다. 사실 이 점들을 단점으로 끌고 가자면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터부시되는 서사 개연성 붕괴가 두드러진다. 물론 몬스터 헌터는 앞선 설명 가운데 전자만을 위한 영화다.
 
 
 
시대를 알 수 없는 공간. 건조한 사막 한 가운데. 사막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배 한 척. 망망대해를 항해하듯 사막을 타고 가는 거대한 배. 그리고 배 주변을 가로지르는 괴물. 이 괴물 공격으로 배는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배에서 한 남자가 사막 한 가운데로 떨어진다. 그리고 화면은 곧이어 현시대로 넘어온다. 같은 사막 한 가운데. UN합동 보안 작전부 아르테미스 나탈리 대위(밀라 요보비치)는 팀원들과 함께 행방불명 된 또 다른 팀원들을 수색한다. 행방불명 된 다른 팀원들은 말 그대로 증발했다. 그 순간, 사막 너머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폭풍. 이 폭풍에 휘말린 비탈리 대위 일행은 시대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떨어진다. 시대를 알 수 없는 그 공간이다.
 
그들이 눈을 뜬 그곳엔 행방불명 된 팀원들이 타고 있던 불타버린 차량이 있다. 팀원들 역시 불에 탄 채 모두 사망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순간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 괴물들. 결국 나탈리 대위 혼자 생존한다. 그리고 또 다시 괴물들의 공격. 그 순간 몬스터 헌터’(토니 자)에게 구출된 나탈리. 이제 몬스터 헌터와 나탈리는 사막 건너편 거대한 또 다른 그곳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몬스터들과의 격돌을 위해. 그리고 나탈리 대위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영화 '몬스터 헌터' 스틸. 사진/소니픽처스코리아
 
몬스터 헌터는 전 세계에서 무려 60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옮긴 동명의 게임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 영화는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특별하고, 그 특별함을 영화적 흥미와 재미로 끌어 가는 데 기존 게임 원작 영화의 답습을 과감하게 탈피한다. ‘간결하다는 단어론 표현이 안될 정도로 극단적인 단순함으로 서사를 끌어간다. 제목 자체가 사실상 이 영화의 처음이고 중간이며 끝이다.
 
나탈리와 몬스터 헌터가 또 다른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사막에 살고 있는 괴물과의 대결 전후의 과정. 그리고 또 다른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업그레이드 괴물과의 대결. 영화 제목이자 극중 캐릭터 이름이기도 한 몬스터 헌터는 주인공 나탈리와 그의 조력자 몬스터 헌터가 합심해 괴물과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압도적인 괴물은 게임 속에서 곧바로 튀어나왔을 정도로 비현실적이며 또한 공격적이다. 이런 점은 관객들에게 다른 서사의 구성과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곧바로 인물과 동화를 시키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괴물과의 대결 한 복판으로 끌어 간다.
 
영화 '몬스터 헌터' 스틸. 사진/소니픽처스코리아
 
괴물과의 대결자체가 몬스터 헌터의 처음이고 중간이며 끝의 전부는 아니다. ‘괴물과의 대결이란 비현실적인 상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낯선 풍경이 이 영화 속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역할을 한다.
 
괴물과의 대결이 몬스터 헌터전부이지만 낯선 풍경과 함께 그것을 두드러지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밀라 요보비치와 토니 자의 아크로바틱 액션도 한 몫 한다.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 여전사 타이틀을 보유한 밀라 요보비치와 옹박시리즈를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를 유지 중인 토니 자의 화려한 몸놀림은 눈을 즐겁게 만든다.
 
영화 '몬스터 헌터' 스틸. 사진/소니픽처스코리아
 
103분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 나탈리와 몬스터 헌터 단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끌고 간다. 그리고 쏟아지는 괴물들, 괴물들과 두 사람의 대결이 이어진다. 문제는 도대체 왜 어디서 괴물들이 쏟아진 것인지. 이 시대는 어떤 무엇이 존재하는지. 사라진 팀원과 나탈리 대위와 그의 팀원들을 끌고 온 거대한 폭풍의 원인은 무엇인지 등. 영화가 과감히 삭제한 부분이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영화 거의 후반까지 단 두 사람이 끌고 가면서 발생되는 인종차별적 표현이 국내 영화 시장에선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지도 관심이다. 백인 군인(나탈리)이 유색인종(몬스터 헌터)에게 건네는 초콜릿이 이 영화 속 거의 유일한 코미디 장치이면서도 반대로 단 하나의 문제적 지점이다. 또한 국내 개봉 버전에선 삭제됐지만 중국인 특히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대사로 등장한다.
 
영화 '몬스터 헌터' 스틸. 사진/소니픽처스코리아
 
국내 영화계 시선에선 단점으로 부각될 장점이 두드러진다. 국내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입장에선 불편한 요소가 분명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점을 무시하고서라도 몬스터 헌터는 충분히 화끈하고 또 강력하다. 단점이 분명하지만 장점은 그것을 덮고도 남는다. 때론 극단적 단순함이 화려한 개연성을 덮어 버릴 수도 있단 걸 몬스터 헌터가 증명한다. 2 10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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