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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은행에 코로나가 함부로 쓰여선 안 되는 이유

2021-01-29 12:23

조회수 :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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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씨가 한 방송에 나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짜증난다'를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했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획일화하는 '만능 단어'는 지양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보단 낮은 수준에, 기능적인 글을 쓰는 입장이지만 몇 번이나 곱 씹는 지적입니다.
 
모든 문제는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집니다. 어느 책 구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류는 구분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문장도 읽은 듯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런 세분화 과정은 등한시하면서 만능 단어에 매달리는 듯해 걱정이 커집니다. 쥐고 있는 힘에 비해 고민이 적다는 뜻입니다.
 
어제 금융사 배당률 20% 권고 발표부터 신용대출 대책, 소상공인 이자 연장 움직임까지 당국은 '코로나'를 근거 삼고 있습니다. 가장 화두 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에 매몰돼 정책 집행에 날카로움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입니다.
 
먼저 연간 3조원대 수익을 내는 금융사에 수천억원의 배당 집행을 줄인다고 해서 건전성이 크게 휘청할까요.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한 금융사들은 연말 한 차례 배당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제시한 스트레스테스트를 보더라도 가장 최악에 상황을 상정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국가시스템상 중요한 위치인 은행까지 휘청할 상황이라면 은행 건전성만을 문제 삼을 수 없는 경제가 분명합니다. 배당을 기대했던 주주들은 허탈감만 커졌습니다.
 
신용대출 대책은 또 어떤가요. 당국은 유동성 확대로 대출 지원에 나서면서도 투기시장 과열에 대한 선별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원리금 상환 규제 등과 같은 파급력 있는 정책에 대해서 너무 쉽게 표현을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안에 따라 개인의 대출계획도 요동치면서 부차적인 피해만 커지는 양상입니다.
 
최근엔 소상공인 이자유예는 규모가 생각보다 적다고, 연장해도 은행들이 괜찮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깜깜이 대출이 생각보다 적은데 배당까지 줄이는 건전성 확대를 주문할까요. 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과 새 여신모니터링 구축에 안간힘인데, 이런 노력은 뒷전으로 미뤄지고 정책만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적을 이어질 때마다 코로나라는 이유가 반복됩니다. 김영하 씨에겐 미안하지만 서툰 정책 집행에 짜증이 납니다. 
 
이달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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