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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공급 확대 시그널, 건설사엔 '양날의 검'

2021-02-01 16:18

조회수 :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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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주택건설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목과 플랜트 같은 공사도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은 아파트를 짓는 데서 나오니까요. 
 
국내 한 공사장. 사진/뉴시스
 
아파트 공사는 돈이 됩니다. 기업이 돈을 찾아가는 걸 뭐라고 할 순 없습니다. 기업은 그런 존재죠. 
 
“자체사업으로 아파트를 짓고 분양까지 하면 20% 마진이 남는다. 남이 지어달라는 아파트를 지어주면 10%가 수중에 떨어진다.”
 
건설업계에 잔뼈가 굵은 분이 기자에게 남긴 말을 곱씹으면 주택에 치중하는 구조도 이해가 갑니다. 다른 분의 설명을 들으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건설사들이 토목이나 플랜트 중심으로 공사를 할 땐 영업이익률이 5% 나오면 장사 잘했다고 했다. 요즘은 어떤가? 7%, 10% 나오는 곳도 있다. 아파트에 집중하면서다.”
 
비단 영업이익률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형 토목 일감이 줄었고, 해외 플랜트 사업도 드뭅니다. 국내에선 플랜트 발주가 희귀해 외국 의존도가 높은데, 외국 일감도 감소하는 판입니다. 건설사는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는 거죠.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해야할 텐데, 수익성도 좋은 주택이 있네요.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이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라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지었다 하면 싹 팔리니까요. 굳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러 온다고들 하죠. 다 짓고도 안 팔렸던 ‘악성’ 미분양마저도 쭉쭉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 규제가 역효과를 내서 시장을 이렇게 만든 건데, 그런 정부가 이제는 공급을 늘린다 합니다. 설 연휴 전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하네요.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공급안이 될 전망입니다. 
 
공급 발표만으론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지만 신호로는 충분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양날의 검입니다. 일감이 늘어날 수 있어 좋긴 한데, 공급이 많아져서 더 이상 사람들이 집을 사는 데에 조급하지 않으면 아파트를 당장에 사려는 최근의 현상은 덜할 테니까요.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집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돈 벌 곳을 늘려야 한다는 말들을 합니다. 최근 몇 년간 비중을 줄였던 토목과 플랜트 경쟁력을 높여 외국 일감을 많이 따오고, 신사업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거죠. 마침 ‘그린뉴딜’ 시장도 열리고 있으니 새 먹거리의 방향성을 세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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