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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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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영선'이 지나간 자리

2021-01-21 08:11

조회수 :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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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의표명하세요? 사의표명했나요? 고민하고 계신대요?" 우리도 궁금했다. 
 
지난주말부터 중소기업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모인 채팅방은 떠들썩했다. 박 장관의 일주일 일정이 보도계획을 통해 소개됐는데 이외에 다른 사의표명은 없냐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월요일, 그러니까 18일 저녁. 19일 박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20일 이임식을 한다는 기사가 뜨자, 중기부는 해명하기 바빴다.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19일 아침. 이번주 월요일에 잡힌 작년 중소기업 수출통계 일정이 화요일로 옮겨지고, 느닷없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코로나19백신 주사기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었다는 보도'참고' 자료가 추가됐다. 거기에 12시 엠바고가 걸렸던 규제자유특구 성과보도자료까지 9시 박장관 브리핑에 모두 추가됐다. 박 장관 업적 종합선물세트가 짠 하고 발표된 것. 치적 자랑이 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후에는 중소기업인의 신년인사회가 있었다. 박 장관은 "사의표명 안했는데 자꾸 사의표명 이야기가 나온다. 섭섭하다"면서 속내를 밝혔다. 박장관은 이날 저녁 다시 뉴스에 출연해 "내가 나서야하는 상황이라면 나서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20일 아침 8시. 사의를 표명했다. 
 
20일 열린 이임식에서 비서에게 장관배지 선물하는 박영선장관. 사진/중기부
 
사의표명을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언론도 한껏 잘 이용했다. 오히려 중기부에서 나가기 싫은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주 전략적으로 방송과 신문, 보도를 잘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비난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사의표명 후 쏟아지는 그의 업적에 대해서는 호평이 쏟아진다. 중기부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큰역할을 했다는 것. (물론 박 장관 전임자의 기저효과도 분명 있었다) 어떤 공무원이 남긴 페북 댓글을. 인용하자면 "이렇게 박수받고 떠나는 장관이 몇이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댓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꽃길만 걸으세요. 장관님"이다.
 
2년 안되는 시간동안 중기부 장관에 역임하면서 예산이 두배 가까이 늘었고, 소상공인기본법 제정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 소상공인 디지털화에 앞장섰다. 자상한기업 사업을 펼쳐 수많은 대기업을 소상공인 상생영역으로 불러들였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집행도 신속하게 처리했다. 
 
박 장관에 대한 평가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때론 방송을 너무좋아한다, 나서는 것 좋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소상공인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뒤처진다. 대기업, 주류들에 항상 밀린다. 이렇게라도 중소기업계가 더 주목받고,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 아니었을까. 나서기 좋아한다는 비판을 감내하고라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중소상공인에 비추려고 애쓴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버럭영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나. 바로 중기부 장관에 대해 높아진 기대감이다. 장관이 이 정도는 해야지, 이 정도는 나서고 싸워줘야지 하는 경험과 결과물이다. 권칠승 장관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전임장관의 업적을 뛰어넘어 중기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주길 바란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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