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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유가반등에 정유사 손익 개선 속도붙나…코로나 회복 관건

지난해 국내 정유 4사 영업손실 합계 5조원 추정

2021-01-2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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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로 바닥을 친 국제유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정유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백신 보급의 본격화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정유사 실적과 직결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미치는 1달러 선을 맴돌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20일(현지시간) 미 캔자스주 오클리 남쪽 들판에서 작동을 멈춘 오일 펌프 잭이 석양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30~40달러대로 떨어진 이후 11월 반등에 성공해 최근 배럴당 50달러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역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분기마다 재고평가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정유4사의 지난해 1~3분기까지 영업손실 합계는 총 4조8075억원으로, 4분기 전망까지 합치면 약 5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석유제품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도입단가가 낮아져 비용이 줄지만 동시에 원유를 정제한 석유·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낮아져 마진이 더욱 나빠졌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이 봉쇄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항공유·수송유 등 글로벌 석유 수요가 큰 폭으로 줄며 정유사 실적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유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5일 OPEC+(석유수출기구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 회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3월 중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승세에 힘이 붙었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실시에 따른 기대감도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62달러(1.2%) 오른 52.9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가가 급락해서 단기간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등 정유사의 실적 악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유가가 급변동하지 않는 이상 하반기로 갈수록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코로나19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정유사들의 실적도 지난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치에 따르면 석유 수요는 올해 9222만 배럴, 내년에는 97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난 2019년(1억118만배럴)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급 축소에 따라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가 회복 흐름이 올해 1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원유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지만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사우디를 중심으로 OPEC의 감산 규모가 유동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코로나19가 얼마나 잡히느냐에 달려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용 등의 비용을 뺀 금액인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돼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1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오를 수 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폭이 워낙 커서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낮은 정제마진 수치이기는 하지만 최악의 국면은 벗어난 듯한 모습"이라며 "휘발유와 납사 마진 강세가 부각되고 있고 화학 강세로 납사 수요가 상승하는 등 지표가 저항성을 뚫고 올라간다면 석유 시장은 호재로 받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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