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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기자의 눈)저축성으로 둔갑한 종신보험의 정체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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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이 목적이라면 보장성보험으로, 저축이 목적이라면 저축성보험으로 가입해야 한다."
 
보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보장성보험을 마치 저축성보험으로 판매하는 행태는 오랫동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저축성으로 둔갑한 보장성보험은 주로 종신보험에서 나타난다.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강조하거나 일부 연금 등 저축성 기능을 내세워 마치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방식이다. "저축성보험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종신보험이었다"고 호소하는 가입자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종신보험은 높은 사업비가 부과되기 때문에 납입기간 중 일찍 해지할수록 원금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애초에 환급률이나 연금 등의 목적으로 가입했다고 할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납입 기간 동안 종신보험이 아닌 일반 저축성상품을 가입해야 수익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만기 환급률을 표준형 상품의 수준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무·저해지환급형이란 납입 기간 내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주로 종신보험에 적용된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환급률도 일반 상품보다 높게 책정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급률을 강조한 보장성 상품들이 최근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은 본연의 보장성 기능만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기조에 포화된 시장 속 보험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종신보험은 일반 상품 대비 보험료가 비싸다 보니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좋고 회계기준 도입 대비에 유리하기 때문에 환급률 등을 내세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설계사에게 저축성으로 판매토록 교육시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종신보험은 '보험사의 꽃'으로 불릴만큼 매출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며 상징성 있는 대표 상품으로 꼽혀왔다. 이런 종신보험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고객 피해는 물론 보험사 신뢰에도 적지 않은 금이 갈 것이다.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단순한 상품개정에 그칠 게 아니라 교육부터 판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실효성을 높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권유승 금융부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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