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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검사 집단행동은 특권의식 그 자체

2020-11-30 06:00

조회수 : 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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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언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위 회부' 조치는 모든 파장을 각오한 결정으로 보인다. 검사들 반발이 오래 갈 건 뻔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내년 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손해볼 수도 있다. 이런 것 다 헤아렸을 것이다. 29일 현재 대검 포함 전국 61개 지검·지청 중 40여 곳에서 검사장과 간부진, 평검사들이 집단 성명에 나섰다. 숫자로만 보면 2013년 채동욱 사태 때 보다 훨씬 큰 규모다.
 
검사장들까지 나서서 "검찰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반발한다. 듣기에 영 어색하다. 검찰에게 묻는다.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그간 중립적이었는가. 대관절 행정부 어느 공무원이 집단행동을 하던가. '검찰은 여타 공무원과 다르다'는 생각이라면, 그게 바로 특권의식이다. 제 식구 감싸고 정치권과 거래하느라 스스로 중립성을 내팽개친 검사들이 향후 뭘 제대로 하리라 기대하겠는가. 특권의식·선민의식에 매몰된 검사는 시대정신의 이름으로 물갈이해야 한다는 얘기가 '극히 일부'에서라도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반성에 또 반성할 일이다. 그런데 극히 일부가 아니라는 건 검찰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장관·총장 간 마찰이 누적되고 감정적 대립으로 치달은 상태지만, 월성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강제수사가 직무배제의 결정적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정권의 정책·공약에 대한 수사는 검찰 권한을 넘어선 것이다. 선출 민심을 무슨 근거로 수사한단 말인가. 이명박 시절 4대강은 멀뚱히 보고만 있더니 원전폐쇄는 왜 이 시점에 수사에 나섰나. 감사원 감사결과는 수사착수 명분으로는 약하다. 원전은 경제성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다녀간 뒤 느닷없이 수사에 돌입했다. 그럼, 앞으로는 주요 정책이나 국책사업을 검찰 허락받고 해야 하나. 어불성설이다.
 
내달 2일 총장 징계위가 열린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 '총장 해임건의안'이 제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달리 수가 없을 만큼 각기 멀리 가버린 상태고, 너무 오래 끌어왔다. 이번 사태를 조국이나 추미애(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검사출신이 아님)와 윤석열의 싸움으로 보는 건 본질과 거리가 멀다. 새로운 검찰을 만들려는 시대정신과 이에 저항하는 '검찰 지상주의자'들의 대립이다. 그 와중에 정치권은 윤 총장을 이용했고, 총장도 일부 이용했다.
 
핵심은 판사에 대한 정보수집이 검찰의 정상적 업무인가다. 윤 총장 변호인이 사찰 논란을 야기한 대검 문서를 공개할 때 "이게 사찰인지 국민 상식에 묻고 싶다"며 법조 기자들에게 한정 공개했다. 국민 의견 묻는다면서 제한 공개도 우습지만, 공개된 내용은 경악 그 자체였다. 세월호사건이나 백남기농민사망사건에 대한 판사들 입장이나, <우리법 연구회> 가입 여부를 조사하는 게, 왜 그리고 어떻게 정상 직무인지는 검찰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만일, 검찰이 양승태사법농단사건 수사중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활용했다면, 감찰 정도가 아니라 형사처벌감이다. 공개된 문서에는 "이미 보고됐다"는 뜻인 '기보고' 석 자가 적혀있다. 여러 차례 해왔다는 물증이다.
 
검찰에게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은 헌법의 미사여구에 불과한가. 문건 작성자인 검사 성상욱은 "약점 잡아 악용하려는 게 사찰이지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고 되물었다. 검찰이 정치관련 사건 수사 때 '정치적으로' 임했다는 자백처럼 들린다. 공소유지를 위해 판사의 정치 성향을 왜 알아야 하는지, 판사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공판검사에게 왜 필요한지 답하라. 성 검사 얘기는 구차하다.
 
또 하나 개탄스러운 점. 기자단에 문건이 공개되자 "그럼 검찰은 어느 수준이어야 사찰이라 보느냐"라고 물은 기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전언. 질문은 언론의 의무이자 기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문건을 촬영해 공개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대검기자단이 투표로 1년 출입정지를 결정한 것이나, 오마이뉴스 법조팀장이 "(윤 총장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의 요청을 기자단이 받아들여 정한) 엠바고 파기에 어떤 징계결정이 내려지든 따르겠다"고 한 것 모두 어이가 없다. 소위 '전문성'을 핑계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법조기자단을 보고 있자니, 출입처인 검찰·법원의 음습한 치부를 어찌 그리 닮았는지…. 편의주의에 입각한 관행일뿐인 일본식 출입기자단, 없애는 게 언론개혁의 첫 걸음이다.
 
윤 총장의 잘못은, "나는 무오류"라 확신하고 권한을 '권력화'했다는 점이다. 그는 철두철미 검찰 지상주의자로 보인다. "검찰조직은 그냥 검사들 손에 맡겨라. 우리는 특별한 존재니까 알아서 할테니 상관 마라". 총장은 물론 다수 검사의 몸에 밴 생각 아닐까. 한 마디로 시대정신과 배치된다. 박근혜 탄핵촛불에서 확인된 시대정신에 저항하느라 총장이 권한을 권력화한 것, 옳지 않다. 그러니 사퇴든 해임이든 직에서 떠나는 게 마땅하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이를수록 좋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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