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그림의 떡, 규제완화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통과의례처럼 다루는 캠페인성 정책이 있다. 규제완화나 철폐에 대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옥죄는 규제해소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럼에도 불합리하거나 실효적이지 못한 규제는 여전히 넘친다. 특히 대부분 중소기업이 행정처리인력과 수시로 변하는 정책·법률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규제와 중소기업이 엇박자가 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규제는 중소기업의 영업성과를 좀먹고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규제해소 요구는 정부도 알고 있다. 정치권도 선거철이 되면 규제해소를 외친다. 대통령도 나서서 강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한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시절 대불공단의 ‘전봇대 규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규제해소를 시도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표현하며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발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의 문재인정부도 정권초기부터 강한 의지를 보이며 규제혁파에 나섰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규제샌드박스’나 ‘네거티브규제’와 같은 근본적인 규제해소책을 마련했고 많은 성과도 이뤄냈다. 어느 정부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사전적 규제를 풀고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처벌하자는 사후적 규제를 들고 나오면서 뭔가를 해낼 것 같은 분위기는 있었다.  그러나 들어서는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규제해소가 제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규제의 총량이 줄어들기는커녕 끊임없이 규제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국회다. 국회의원들이 이해관계집단의 요구에 따라 규제법안을 만드는데 이는 소수 이해관계자 외에는 잘 알지 못하며 제3자에게 오히려 진입장벽이나 규제가 된다. 국회의 규제성 입법건수는 2015년 944건, 2017년 1085건, 2019년 12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규제입법이 일반입법의 두 배가 높다. 한편에서 규제해소를 외치지만 다른 편에서는 더 많은 규제가 탄생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예보제(규제관련 법령을 상시 점검하여 법령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에 앞서 중소기업옴브즈만(중소기업의 애로나 규제를 신속·공정하게 조사·처리해 주는 기관과 제도)을 설치해 규제해소를 위해 노력하지만 수많은 중소기업에게는 ‘백사장의 자갈 몇 개’를 줍는 수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정보력이 부족해 불리한 규제의 생성을 알지 못하며, 경영현안에 묶여 그저 '강 건너 불을 보며 침묵'할 수밖에 없다. 설사 해결책이 마련돼도 시기를 놓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만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해소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회가 규제법안 발의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로비성 입법이나 특수이해관계자의 규제조장입법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무원들의 규제해소노력이 필수적이다. 규제는 규제관련 공무원들이 한다. 이들이 기계적으로 매뉴얼에 따라 규제행위를 하는 한 규제해소는 요원하다. 공무원들이 중소기업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수의 정부부처가 규제업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을 잠재적 범법체로 보며, 중소기업의 애로호소를 변명이나 회피로 보며 근본적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이 규제개선에 동참하는 방법은 규제의 불합리한 부분을 상부에 보고·건의하는 것이다. 셋째, 규제해소의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야 한다. 대통령직속의 규제기능강화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규제해소를 위한 부처협의 기능이 필요하다. 넷째,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청와대나 국회·정당이 툭하면 경제단체와 애로간담회를 한다. 하지만 규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저기에서 규제나 애로를 끌어 모으지만 지엽적이고 일방적 주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소기업의 목소리보다 단체의 입장이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위정자들이 중소기업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애로를 파악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의 규제애로는 해당 공무원에게 수없이 전달됐음에도 무시되거나 방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간접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무분별한 각종 인증제도와 인·허가를 만들어 경쟁과 문서·형식주의(red tape)를 부추기게 된다. 인허가나 인증기관의 ‘밥벌이’에 중소기업의 부담과 애로는 가중되고 있다.      결국 규제해소의 열쇠는 일선현장에 있다. 중소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일선부서와 공무원을 줄여야 하고 이에 앞서 '규제일몰제'를 강하게 시행해서 시대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소수의 법이나 규정위반을 하는 일탈자를 핑계로 다수의 중소기업을 옥죄는 '단체기합과 같은 성격의 규제'를 만들어내서는 안될 것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검·경 수사력검·경 수사력에 실망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얘기다. 60일 넘게 나라 안을 발칵 뒤집었지만 밝혀낸 것은 '친모는 친모 아닌 외조모'라는 과학적 사실 하나다. 물론 경찰의 빈틈 없는 확인에서 비롯된 성과다. 그러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수사가 진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은 '사체유기 미수'죄라는 경찰 의견을 '사체은닉 미수'라고만 바꿨다. 초라하다. 재판에 넘겨진 친모와 둘째딸은 차라리 재판 받는 지금이 훨씬 편안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언론이 치고 나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팀이 '사망한 보람이'와 '사라진 보람이'의 귀모양을 대조해 아이가 뒤바뀐 시점과 장소를 매우 구체적으로 추정했다. 적어도. 검·경 수사결과 발표 보다는 논리적이고 친절했다. 당장 경찰 수사가 잘못됐고, 검찰은 공소장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바꿔치기' 시점과 장소가 '핀셋 추정'된 결정적 근거는 5000여장의 피해자들 사진이다. 피고인들의 가족, 지인들 협조를 받았다.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을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경은 왜 못했을까.  동일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개다. 외견만으로 식별이 가능한 신체부위로, 지문과 치아가 있고 귀 모양이 있다. 경찰도 과거 이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한 예가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유명 여배우의 일명 '노모 jpg'파일이 시중에 돌아 역시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물론 합성이었다. 국내 여배우의 눈코입과 얼굴 라인을 포함한 일본 포르노 여배우의 알몸 사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그 솜씨가 얼마나 교묘했는지 경찰은 암담해 했다. 피의자는 식별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피해는 2차·3차로 확산됐다. 그때 단서가 된 것이 여배우와 사진 속 인물의 서로 다른 귀 모양이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합성 사실을 발표했고 사건은 마무리 됐다.   검·경이 이번 사건에서 현존하는 단서를 놓친 것은 'DNA·혈액형 검사' 결과에 매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이 뒤늦게 '신생아실 보람이' 사진들에 대한 판독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지만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다. 국과수는 '사라진 보람이' 사진에서 '사망한 보람이'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니 '경찰이 결과를 정해 놓고 수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 팔러 가는데 개 따라 가듯' 보도한 상당수 언론도 한 몫 했다.  여담이지만, 석씨가 송치될 즈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어떻게든 경찰보다 진전된 결과를 내 놓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이번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국민 관심이 가장 집중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수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확인한 석씨의 DNA 검사만 재탕하는 차원에서 끝이 났다.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극히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그래야 범인도 승복하고, 국민도 신뢰한다. 아직도 밝혀야 할 진실은 쌓여 있다. '사라진 보람이'의 행방과 석씨의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이 그것이다. 검·경이 'DNA 도그마'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사라진 보람이'는 영영 돌아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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