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 접속 차단
사회적 심판이라는 공익적 취지 있지만…인격권·건전한 법질서 해쳐
입력 : 2020-09-24 17:14:00 수정 : 2020-09-24 17:14: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살인·성범죄 등 강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목적으로 개설됐지만 범죄 사실이 없는 사람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빚은 '디지털교도소' 접속을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행위까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방통심의위는 "디지털교도소에 각종 신상 정보를 게시함으로 인해 이중 처벌이 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5명의 심의위원 중 4명이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 디지털교도소가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한다는 나름의 공익적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점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심의위원들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 게재로 타인의 인격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국내 법령에 위반되는 범죄 등 위법행위 조장으로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이라 하더라도 강력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허용된 공개 및 제재 범위를 벗어나 사적 제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공익보다는 사회적·개인적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 △실제 최근 허위사실이 게재되어 무고한 개인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심의위원들은 지난 14일 디지털교도소의 개별 게시물 17건을 접속차단 결정하고 운영자에게 자율조치를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아동청소년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한 운영자의 자율조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시정요구만으로 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이상로 위원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 규제의 우려가 있고, 강력 범죄자 형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 수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운영진의 취지까지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을 유보하자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전체 사이트 접속 차단 결정에 앞서 민원 신청에 의한 명예훼손 개별 게시글 6건에 대해서는 "신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 및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이라며 심의위원 전원 의견으로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범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범죄자들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해 범죄의 재발을 막고 경종을 울리겠다는 운영 취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다룰 때 피해자의 법 감정을 고려한 사법기관의 더욱 엄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디지털교도소가 사이트 차단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겨가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파악하여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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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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