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세금 걷는 기준은 국민의 삶이어야
입력 : 2020-07-09 06:00:00 수정 : 2020-07-09 06:00:00
주된 세목을 전세(田稅)로 한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조세 역사에는 재정수입 목적 외 잡세(雜稅) 부과를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경제의 근간인 농업 외에도 상업·공업의 소득에 조세를 부과한 잡세는 현종 11년(1670·경술년)에 잘 드러나 있다.
 
‘이익이 있는 곳에 백성들이 반드시 따라가므로 이익이 많은데다 세를 받지 않으면 백성들 중 본래 직업인 농업을 버리고 영리 행위에만 종사하는 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잡세를 부과한 것이 한 예다.
 
해세(海稅)에 속하는 어세(漁稅)·염세(鹽稅), 인삼·산삼을 세원으로 부과하는 삼세(蔘稅), 무당에게 부과하는 무녀세(巫女稅) 등 잡세는 농민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당시 조세 정책이나 ‘오늘날의 공평과세’로도 통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조세 징수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성장잠재력 약화와 경제활력 둔화세를 맞은 21세기 우리나라의 세입여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한국경제가 코로나발에 신음하면서 나라살림 적자 폭은 사상 최대치인 78조원에 육박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올해 1~5월 관리재정수지는 전년보다 41조4000억원 늘어난 77조9000억원 적자다.
 
더욱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각종 세금 납부가 유예되면서 ‘역대 최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3차 추경인 279조7000억원을 볼 때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111조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공식석상 때마다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피력했으나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혁신 방향을 다시 짜야할 판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안정화’ 대책을 세수확보 둔갑 정책으로 지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 ‘경제보단 집값 잡기’, ‘집값보단 경제’라는 부처 간 논리전은 의미 없을지 모른다.
 
결국 다주택자에게 세부담을 늘리는 ‘핀셋’ 대책에 쏠리면서 강남 불패의 신화인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여러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국민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는 정세균 총리의 ‘백약이 무효’ 발언은 의미가 크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예측은 정책 결정자들의 부동산 보유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위 업자들에게 물어보면 ‘정부 고위 인사들도 팔지 않고 몇채씩 가지고 있는데 더 있어봐요’라는 말에 바로 수긍이 간다.
 
팔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에게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부동산 보유 정책결정자들의 정책기술도 한 몫한다.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특혜 폐지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현종이 말하길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거둘지 결정하는 기준은 늘 백성의 삶이어야 한다’고 했다.
 
농민에게 세를 받으면서 영리하는 자에게 세를 안 받는다는 것은 가장 불공평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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