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투자상품 리콜제' 눈 가리고 아웅
소비자에 불완전판매 입증책임 떠넘겨…리콜신청 시한도 15일로 제한
입력 : 2020-06-03 08:00:00 수정 : 2020-06-03 14:04:47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 '투자상품 리콜제(소환·수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리콜제는 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 했을 때 고객에게 원금을 환불하는 제도다. 해외금이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일부 은행에서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신청 기한이 짧고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 시행에 들어갔다. 고객에게 상품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은행이 투자한 원금을 돌려주는 내용이다. 신청기한은 설정일을 포함한 15일 이내로 한정했다. 또 영업점에서 상품을 가입한 개인 고객만 해당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불편 접수 시 은행 내 심의위원회 통해 불완전 판매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면서 "대고객서비스 개선 외에도 직원들이 판매에 보다 신경을 쓰기길 바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월31일부터 '투자상품 리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리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불완전 판매 등이 의심되는 고객은 15일 이내에 상품에 대한 리콜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은 자체 판단에 따라 불완전 판매가 인정될 시 원금 전액을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우리·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제도 개편에 나선 건 지난해 발생한 DLF사태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지난해 10월 연이어 투자상품 리콜제, 직원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등 재발 방지책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투자상품 리콜제의 실효성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펀드리콜제와 같은 유사한 제도 운영했으나, 철회 건수는 지난 3년 간 10건 내외에 그쳤다. 투자상품 구조상 고객이 불완전 판매를 인지하는 데 상당시일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DLF의 경우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시점인 지난 8월 이후에도 독일 금리 상황에 따라 일부 만기 상품은 약속한 쿠폰 금리를 제공했다. 통상 고객은 손실이 발생해야 불완전 판매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수익을 얻는 고객은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판매사에 따져 묻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투자상품 리콜제의 경우) 2주 정도만 운영하는데 이번 DLF, 라임사태 등 실제 투자상품의 문제 발생은 판매시점과 거리가 있다"면서 "다만 투자상품 판매 등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불완전 판매가 감소하는 데 도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상품리콜제가 불완전판매 지적에 대한 은행 대응력만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은 적법한 불완전 판매 주요판단 기준에서 '서류징구 및 녹취'는 제외한다고 알렸다. 은행이 상품 판매와 관련한 서류징구와 녹취 과정을 진행했다면 고객이 리콜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개정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손해배상 입증책임의 경우 '설명의무'에 한해 도입키로 결정된 탓도 작용했다. 은행 입장에선 설명의무만 잘 지키고 이를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 권유된 상품이 적절했는지, 오인할 요인은 없었는지는 고객 몫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고객 가치를 고려해 판매사가 고객의 바람직한 투자를 이끌어야 하는데 은행이 단순하게 리콜이라는 방법을 제시하면 오해만 키우지 않겠냐"면서 "더구나 리콜이라는 어려운 제도를 적극 활용할 일반 고객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마련된 창구에 고객이 금융상품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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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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