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51억 선거보조금 없애야
입력 : 2020-04-02 07:00:00 수정 : 2020-04-02 08:13:1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지난달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51억66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13개 정당에 지급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모두 국회의원이 있는 원내정당들이다. 가장 많이 보조금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은 122억9000만원을 수령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24억4900만원을 받았다. 두 정당이 수령한 선거보조금을 합치면 147억3900만원에 달한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15억4900만원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61억2300만원을 받았다. 두 정당의 보조금을 합치면 176억7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민주당과 시민당에 지급된 보조금 액수보다 30억원 정도 더 많이 받은 셈이다.

국회 의석이 더 적은 통합당과 한국당이 더 많은 선거보조금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정치자금법이 원내교섭단체에게 특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에게 지급하는 전체 보조금의 50%를 원내교섭단체에 우선 배분하는 게 현재의 규정이다. 그러다 보니 통합당으로부터 의원을 많이 넘겨받아 의원 숫자 20명을 채운 한국당이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됐다. 웃지 못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모자라서 보조금까지 받은 것에 대해선 '보조금 사기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 의원 100명의 정당이 20명씩 의원을 쪼개서 5개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보조금을 더 받으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에게 주는 국고보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거보조금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다.

원내정당은 매년 경상보조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있는 해에는 경상보조금과 같은 액수를 선거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더 수령한다. 그런데 선거라는 건 자주 있다. 2017년에는 대통령선거, 2018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올해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치른다. 4년 가운데 3년은 선거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 정당들은 4년 중 3년 동안 경상보조금에 더해 선거보조금을 받았다는 의미다. 사실상 세금을 2배로 받는 이익을 누리는 꼴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선거가 있다고 해서 굳이 선거보조금을 별도로 지원할 이유가 없다. 선거에 지출하는 비용은 나중에 따로 선거비용 보전을 받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지출하는 비용도 보전을 받는다. 거대 정당 후보자들이 지역구 선거에 출마해 지출하는 비용도 보전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선거가 있는 해라고 해서 선거보조금을 지원할 정당성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에서는 선거보조금을 정작 선거 때는 쓰지 않고 남겨놓았다가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받은 선거보조금 135억7200만원 중에서 31억4900만원을 남겨놓았다가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사용한 바 있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에 137억64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지원받았는데, 이 가운데 82억8400만원을 남겼다. 그리고 남은 돈은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보조금을 받은 명목은 선거를 잘 치르라는 것인데, 실제는 선거와 관련 없는 곳에 자기 맘대로 세금을 펑펑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인 보조금이라면 보조받은 사업 외에 쓸 수가 없는데 유독 선거보조금만은 예외이다. 여기에는 중앙선관위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중앙선관위에 정당의 선거보조금 용처 등을 물어봐도 법 규정이 미비하다는 대답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선거보조금이라면 폐지하는 게  옳다. 그렇게 하면 4년간 13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이참에 정당에게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배분기준도 바꿀 필요가 있다. 원내교섭단체에 특혜를 주는 것을 없애야 한다. 외국에서는 득표수나 의석수를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을 배분한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의 경우에는 원외정당에게도 득표수에 따라 보조금을 배분한다. 대한민국처럼 원내교섭단체에게 특혜를 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 모든 문제들은 거대 정당들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거대 정당에게 과도한 보조금이 지급하면서 원내교섭단체의 특혜를 보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이번 총선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 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대 정당들이 만들어놓은 우스꽝스러운 기득권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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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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