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MBC는 할 일이 없어서 윤 총장 처가를 취재하나?
입력 : 2020-03-20 06:00:00 수정 : 2020-03-20 06:00:00
이강윤 언론인
작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인근 수 km를 메운 촛불을 보면서, “조국 전 장관 측이 잘못한 게 없고 예뻐서라기보다는, 형평을 내팽개치고 인권을 짓밟는 검찰에 항의하는 성격이 더 크다”고 이 란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조국사태’에 대한 필자의 기본 입장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오늘 글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조국 프레임’으로 오독돼 ‘조국 대 윤석열’로 읽힐 것을 경계해서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배우자의 의혹이 <뉴스타파>와 <MBC>의 잇단 보도로 의혹 단계를 넘어 감찰 필요성이 제기되고 뒤늦게 수사가 착수됐음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루지 않고 있다. 타 언론사의 이슈제기를 일부러 무시하는 ‘비의제화 동맹’이라도 맺은 걸까. 타사 보도나 이슈제기를 ‘대충 깔고 뭉개는’ 것은 한국언론 고질병 중 하나다. ‘물 먹은 게 아니’라는 걸 애써 강조하려는 것, 소아병적이다. 윤 총장 처가 사건을 외면하는 언론사들은 “코로나와 총선이 빅뉴스라서 그럴 여가가 없다”고 답할까. 그럼, 작년 여름부터 5개월 간 진행된 전 언론의 융단폭격은 다른 뉴스가 없어서 그랬던가.
 
뉴스(news), 즉 ‘새로운 것’을 보도하는 건 언론의 1차 소임이자 존재 이유다. 일련의 MBC 보도로 새로운 의혹이 증거와 함께 제기됐다. 작년 여름 그 많던 기자들, 특별취재단, 신문방송은 다 어디 갔는가. 언론의 본원적 기능이자 최고 역할인 ‘어젠다 셋팅’은 필요할 때만 잠깐 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인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 총장이 수 차 강조해온 얘기다. 백번 지당하다. 무슨 일이 있었고, 뭐가 어떻게 돼서 의혹이 생겼는지 설명할 게 있으면 하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는 게 공인은 물론, 일반 시민으로서도 상식이다.
 
윤 총장은 작년 7월 검찰총장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장모 송사 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아는 바 없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수가 없다, 음해성 소문”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 답변의 입증 책임은 당연히 윤 총장에게 있다.
 
윤 총장께 다시 질문한다. “장모 송사 건,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백보 양보해서 ‘청문회 당시에는 몰랐다’고 치고, 검사로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모 송사 건의 경과 과정과 결과에 하등의 잘못이 없습니까?”
 
그게 누가 됐든 무슨 사건이든, 사실을 밝히라고 검-경이 있고, 잘잘못을 가리라고 법원이 있다. 조국 문제든 윤석열 문제든 일단 사실을 정확히 밝히는 게 첫 번째다. 법원은 입만 열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그 양심이란 거, 믿지 못하게 만드는 전례가 너무 많아서 회의적이다. 법원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은 판사들의 불명예 정도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기틀이 흔들리는 재앙이다. 필자는 ‘민주공화국’인지 아닌지 판가름 하는 척도로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공권력 행사와 세금의 사용에서 공익과 보편성이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다. 이 두 가지가 자의적-편파적으로 행사된다면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촛불시민이 목놓아 외쳤고 지금도 외치고 있는 것은 “민주공화국!”이다.
 
마지막으로 언론. 이 글을 쓰다가 낮은 목소리로 “언론”이라 되뇌여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팩트 짜깁기’ 말고,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기본 책무다. 수습기자 교육 때나 할 얘기를 다시 하는 것, 처참하다.
 
한국언론 100년사에 금자탑을 쌓아왔다고 내세우는 동아일보의 사시(社是)는 ‘선공후사(先公後私)’다. 지금도 그 한문 편액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90년대 후반까지는 편집국 중앙에 떡 하니 걸려있었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서 정확한 문구는 모르겠지만, 조선이나 중앙도 사시는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원래 좋은 말은 다 갖다 부치는 게 사시니까.
 
대통령도, 대통령의 비서나 복심도, 대법원장이나 판-검사도, 검찰총장도, 총장 친인척도, 국회의원도, 재벌도, 군 수뇌부도, 고급 관료도, 장삼이사도…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쓰려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이 당연한 말을 계속 해야 하는 사회, 계속 하게 만드는 검찰-법원 그리고 언론은, 야만 그 자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비정상이 정상으로 활개치고 있다는 물증이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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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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