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상한 정치검찰 논란)①타이밍 노린 강제수사, "때는 지금"…여론주도 가능 시점 수사돌입
대통령 해외순방·선거 후보등록날에 압수수색…"정치적부담 고려한 순간 노려"
입력 : 2020-01-06 06:00:00 수정 : 2020-01-06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최근 '정치 검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그 논란은 정점에 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참여정부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검찰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적 행위를 하는 정치 검찰의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치 검찰의 행태는 △타이밍을 노린 강제수사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 △검찰의 수사 방조 △여론 면피용 수사 등으로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과거와 현재 정치 검찰의 행태를 짚어보고,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정치 검찰의 행태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여론을 주도할 타이밍을 노린 강제수사 방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관해 진행된 일련의 수사는 이런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제66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검찰의 '조국 일가 의혹' 수사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인 8월27일 서울대·부산대 등 30여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9월6일엔 소환 조사 없이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 9월14일엔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가 귀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틀 뒤엔 구속했다. 같은 달 23일엔 조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10월14일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전격 사퇴하자 검찰은 21일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결국 24일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달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그 윗선을 겨냥한 듯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끄집어냈고, 11월부터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모두 별건이지만 조 전 장관은 이들 사건에 모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던 지난해 9월23일은 문 대통령이 전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하고자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검찰이 유 전 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조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12월23일도 대통령이 8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을 때다. 앞서 검찰은 문 대통령이 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이었던 지난 9월3일에도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교수로 재직 중인 동양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 진행과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은 검찰이 여론을 유리하게 형성하기 위해 타이밍을 노려 수사하는 전형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전부터 '가족이 피의자가 된 현직 장관'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대통령이 국내에 없을 때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등이 진행된 것에 대해선 "정권 실세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검찰 입장에선 대통령이 부재할 때 강제수사를 하는 게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날짜를 자기들이 정하는데, 이게 굉장히 미묘하다"며 "조 전 장관에 관해선 검찰에 불리한 기사가 나올 즈음 혹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울 때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끌기 좋은 타이밍을 고를 수 있다는 말이다. 김 평론가는 "검찰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지만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검찰 패턴에 동일한 흐름이 발견되는 걸로 봐선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9월23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하고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권의 핵심과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강제수사 방식은 이전부터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 7월19일 검찰이 당시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사례 중 하나다.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인 18일 이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관봉 5000만원' 사실을 폭로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로 관봉이 찍힌 5000만원이 흘러간 것은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국세청이 제공한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있고 이튿날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에 관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이 의원 보좌관의 개인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자 의원과 보좌관 집을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정권에 불리한 여론을 전환하고자 강제수사를 한 사례로 보고 있다.
 
2009년 11월부터 이듬해까지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한 것도 정치검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기업인들이 한 전 총리에 10억여원의 자금을 줬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시는 5회 지방선거(2010년 6월2일)를 앞두고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선 시점이었다.
 
검찰은 지방선거 후보 등록 당일인 2010년 5월13일에도 한 전 총리 의혹에 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전임 정부 인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정권의 의도에 검찰이 부응,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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