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남북경협 재개 대비 숨고르기
'하노이 노딜' 이후 은행별TF 등 멈춰서…연구인력·영업점 유지하며 준비태세
입력 : 2019-12-11 14:18:23 수정 : 2019-12-11 14:18:2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시중은행들의 남북 경제협력 준비 움직임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연구인력 채용을 통한 연구와 대북 관련 영업점 유지 등 기본적인 채비만 한 채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1일 "(남북경협 관련) 딱히 진행되는 게 없다"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고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야 금융지원이 뒤따라가는 것이지 은행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다른 계열사들도 참여하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후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고 언급했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해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자 당시에는 은행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타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까지 참여하는 TF 또는 협의체를 설치·운영하고 관련상품 출시, 연구인력 채용 등에 나섰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6월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시중은행장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KEB하나은행은 두 달 후 평양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15세 이하(U-15) 국제축구대회'에 후원사로 참여했다. 
 
그러나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고 이후 정세가 급변하면서 은행들의 상황도 바뀌었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9월 국내 국책·시중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한 이후 관련 움직임이 사그라든 측면 역시 없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에라도 오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리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상당히 무서워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열린 각료회의에서 팔짱을 끼고 다른 사람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통해 "우리는 더는 잃을 게 없다"며 대미 강경메시지를 발표하고 미국이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는 등 북미관계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모두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말 대 말'을 지나 '행동 대 행동'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가다보면 어느 한쪽이 선을 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북미관계 교착에 우리 정부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남북관계도 함께 얼어붙으면서 은행들도 사태만 주시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운영했던 우리은행은 본점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업체들의 금융) 수요가 계속 있으니 영업점이 있는 것"이라며 "개성에 다시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업체들은 저희와 계속 거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도 금융지주 소속 경영연구소 내 북한전문가 채용 유지(국민은행), 전략기획부 내 관련 랩(Lab)을 통한 상황 모니터링(신한은행) 등을 진행하며 남북관계 변동성을 살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밀영을 방문 사실을 전하며 게재한 장면.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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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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