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지각변동)①국산-수입산, 동등하게 주세법 개편…수입맥주 선호도 꺾일까
국산맥주, 일제히 출고가 하락 조치…소비 저변 확대 시동
입력 : 2019-12-09 06:00:00 수정 : 2019-12-0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주류 과세체계 개편이 국산맥주 업체들에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최근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산 맥주 점유율은 계속 하락해왔다. 이에 국산맥주 업체들은 출고가를 내리며 총력 대응하고 있다.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양·도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완화될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인하 효과가 일시적이고 다양한 특색을 갖춘 수입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만큼 기존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는 가운데, 주세법 개정안 통과에 힘입어 국내 맥주 업체들이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제공한 '2018년도 국내 라거 맥주시장 시장 규모'에 따르면 국산맥주는 점유율이 감소한 반면, 수입맥주 점유율은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국산맥주 시장 규모는 14억8230만리터로, 이는 지난 2015년(16억7440만리터) 대비 약 9.9%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 2014년 8730만리터였던 수입맥주 시장은 2015년 1억리터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억리터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2013년 국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맥주 점유율이 4.3%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21.3%로 약 5배 증가했다. 
 
관세청이 제공한 '연도별 맥주 수입현황'에서도 지난해 수입맥주 수입 규모는 38만7981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3만1211톤) 대비 17% 증가한 기록이다. 5년 전인 2013년 수입 규모(9만5210톤)와 비교하면 무려 307% 커졌다. 
 
이같이 수입맥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류 과세 체계상 종가세가 적용돼 국산 맥주보다 유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맥주는 수입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과세를 부과했지만, 국산 맥주는 출고가격이 과세표준의 기준이 됐다. 그 결과 국산 맥주는 수입맥주와 달리 출고가격에 이윤 및 판매관리비가 포함돼 과세표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수입맥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저변을 넓혔다. 실제로 지난 2014년부터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시작된 '수입맥주 4개, 1만원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가정용 소비를 크게 늘렸다. 업계에선 이미 가정용 소비에선 수입맥주가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병규(오른쪽) 세제실장과 양순필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이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주류과세 개편안 및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내년부터는 맥주 과세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산 맥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국내 3사 기준 국산 캔맥주의 경우 ℓ당 주세 부담은 현재 1121원에서 830원으로 경감될 것을 예측했다. 생맥주는 과세체계 변경 시 세금 부담이 높아지지만, 한시적으로 20% 경감 제도를 적용해 1ℓ당 664원으로 세부담이 책정된다. 
 
세부담이 낮아지자 국산 맥주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며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올해 10월 중순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했다. 카스 병맥주는 500㎖ 기준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하락하는 등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함으로써 국산맥주의 판매활성화와 소비촉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 업체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수제맥주는 일반맥주보다 원료 등에서 가격이 높아 세 부담 완화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가격 인하 여력도 크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는 수제맥주 출고가를 평균 24.2% 내렸다.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등의 패키지 가격을 평균 20% 낮췄다. 특히 편의점 등 소매점을 공략하기 위해 500㎖ 캔맥주(24본입 기준)의 출고가를 12.5% 낮추고, 지난달에는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신제품 '제주 슬라이스'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는 편의점 'CU'에 '맥아더', '흥청망청' 등 500㎖ 캔 2종을 선보여 가정용 시장 고객 확보에 나섰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를 구매하는 트렌드가 소매점 위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라며 "소매점 진출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가 판매하는 '제주 펠롱 에일' 생맥주. 사진/제주맥주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세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맥주 가격 인하가 국산 맥주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사실상 수입맥주를 선택한 배경에는 가격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맛과 특성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격 인하 역시 일시적인 이벤트에 불과해 맥주 산업의 발전 및 소비자 혜택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종량제로 바꾸면 캔맥주 리터당 값이 25% 내린다고 하지만, (종량세 전환)발표가 있자마자 가격을 올린 업체도 있다"라며 "소비자 이익이 아닌 회사의 판매 전략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 내려준 만큼 맥주 업체가 가격 안 내리면 그만큼 세수 손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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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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