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환경폐기물과 시장의 죽음
입력 : 2019-08-13 06:00:00 수정 : 2019-08-13 06:00:00
환경오염과의 전쟁은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5대양 6대주 어느 한 곳도 예외일 수 없다. 파리, 런던, 뉴욕, 서울은 물론 루앙이나 시뉴 또한 빠질 것 없이 세계 굴지의 도시와 지방의 소도시들이 참여해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공조도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의 시장들은 그 누구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지난 주말 프랑스 국민들은 슬픔에 빠졌다.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 바르(Var) 지역 시뉴(Signes)시 장-마티외 미셸(Jean-Mathieu Michel) 시장이 환경오염 폐기물을 온몸으로 저지하려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미셸 시장은 건물을 부순 잔해를 자기 지역에 불법으로 투기하려는 화물차를 법적으로 처리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폐기물을 실은 23세 화물차 운전사는 이를 저지하려는 미셸 시장을 덮쳐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사고는 프랑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그리고 대통령까지 슬픔에 빠뜨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일정상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클린 구로(Jacqueline Gourault) 국토연대 장관을 통해 “냉철하고 굳건히 국가와 민족 차원에서 이러한 몰지각한 사건을 계속 주시하겠다”며 “우리는 모두 미셀 시장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라르 라르쉐르(Gerard Larcher) 상원의장도 “우리는 단합해야 한다. 이 비극적 사건을 바탕으로 시장들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시장들은 도시화와 불기소 처분된 환경 사건에서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는 말로 시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프랑스 시장연맹은 미셸 시장의 죽음을 애도해 모든 시청에 조기를 달았다. 알랭 레이샤르(Alain Reichardt) 부시장은 “미셸 시장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쟈노(Jeannot·우직한 사람)였다. 새삼 칭찬을 하거나 그의 삶을 논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를 너무도 잘 안다”며 시뉴 시청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애도했다. 이 마을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존경스런 사람이었다. 죽으면서까지 자기 마을을 위해 헌신했다. 고인은 숲과 삶, 그리고 태양을 좋아했다. 허전하다. 그는 용감한 사람이었고 마을의 어른이었다”라고 애도했다.
 
이 사건 직후 프랑스 일요신문(Journal Du Dimanche)은 프랑스인들이 선출직 공무원들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프랑스인 83%는 시장들을 아주 좋게 평가했고, 이들 중 80%는 지난 대선에서 극좌 후보인 장 뤽 멜랑숑과 극우 후보인 마린 르 펜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회의원들을 호의적으로 평가한 프랑스인은 33%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프랑스인들은 국회의원을 싫어하고 시장은 매우 좋아한다. 프랑스인들은 선출직 공무원 중 시장들을 가장 성실히 일하는 지역일꾼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시장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프랑수아 바루앙(Francois Baroin) 트로이 시장(Troyes)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출직이나 고위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시장은 경우에 따라 경찰관 역할도 하는데 방탄복을 입고 있지 않다…시장들은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바루앙 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원한이 공화국의 탓, 그리고 공화국에 대한 원한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비난했다.
 
한국도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프랑스보다 더 좋지 않다. 반면에 지자체 수장, 특히 시장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그들을 평가한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알 길은 없다. 그러나 프랑스와는 확연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 본다. 한국 시장들이 국민의 신망과 칭송을 받은 사례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시장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지역 일꾼이라기보다 정치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따라서 프랑스처럼 자기 지역 환경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예도 찾기 어렵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산 석탄재 문제를 봐도 알 수 있다. 2002년부터 군산, 충주, 삼척, 동해 등의 시멘트 회사에서 일본산 석탄재를 들여와 시멘트를 만들었지만 이제야 문제를 삼고 있다니 애석한 일이다. 훨씬 전부터 이 지역 수장들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문제를 제기했어야만 했다.
 
다른 문제들도 많다. 그동안 수많은 아파트를 재건축한답시고 철거된 아파트를 산산조각 내 여기서 나온 석면, 철근, 벽돌덩이 등의 폐기물을 어디로 보내고 있었던가. 프랑스처럼 우리도 분명 어느 마을에 폐기처분 했을 게 분명한데 이를 반대하고 나선 수장이 있었나. 미셸 시장처럼 살신성인하며 마을을 지키라는 주문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국의 지자체 수장들은 마을 공동체를 위한 공공의 선이 무엇인지 일본산 석탄재 문제를 통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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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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