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의 실종…아시아나 "남은 건 빚 뿐"
10년간 이사회 반대 '0건'…필수공익사업장에 묶여 노조도 사분오열
입력 : 2018-07-12 16:58:45 수정 : 2018-07-12 17:16:5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총수에 대한 내부 견제 실종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등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도 제시하지 않아, 제왕적 총수 제도의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유동성 확보에 동원되며 빚만 늘었다.
 
12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 5월을 마지막으로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기내식 공급 차질로 운항까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급기야 4일 박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등 회사가 일대 기로에 섰음에도 이사회는 소집되지 않았다. 이사회 역할에 대한 내부 기대도 없다. 박 회장 인맥으로 구성, 사실상 총수를 견제할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박 회장과 김수천 대표,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 등 사내이사 3명과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한대우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김 전 금감원장과 한 전 부행장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가 정상화 과정을 밟을 때 각각 금감원과 산업은행에 재직하며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정 전 총장은 연대 동문이며, 이 위원장은 호남이라는 지연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 공시자료를 통해 2009년부터 올 1분기까지 10년 간의 이사회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260 차례의 이사회에서 반대를 개진한 이사는 단 1명도 없었다. 회사측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그러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그룹 지원에 쉽게 동원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42건의 이사회 안건 중 24건(57.1%)이 자금조달이나 대여에 관한 것이었다. 2016년 12월30일 이사회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게이트고메코리아 합작 투자가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이의 없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는 사이 아시아나항공 빚은 늘었다. 부채비율은 2012년 505.7%에서 지난해 720.3%로 42.4% 급증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991.5%로 정점을 찍었던 2015년은 박 회장이 사활을 걸고 금호산업을 인수하던 시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향후 부채비율 산정기준이 바뀌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리스' 형태로 빌리는데, 오는 2019년부터 리스 자산과 부채를 모두 회계장부에 기재하도록 국제회계기준(IFRS)이 바뀌게 된다.
 
사측에 맞설 노동조합 역시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묶여 박 회장을 견제하지 못했다. 필수공익사업이란 '업무가 정지·폐지될 때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 또는 신체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다. 국내 항공사는 2006년 12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다. 지상조업과 객실, 승무, 조종사 등이 필수유지업무로 묶였다. 필수공익사업 직종은 업무가 최소한으로 유지·운영되도록 직무나 인원 등을 노사 협정으로 정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파업은 불법이다.
 
이러다 보니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사분오열됐다. 현재 일반노조와 승무원노조, 열린조종사노조 등 3개로 나뉘었다. 이중 열린조종사노조는 사측에 우호적 성향을 띤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와 승무원노조는 오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 집회를 열고, 통합 노조 출범과 함께 박 회장 퇴진을 요구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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