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예술인의 사회참여
입력 : 2018-05-29 06:00:00 수정 : 2018-05-29 06:00:00
사회와 예술인은 불가분의 관계다. 예술인들의 참여·행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듯 사회 또한 이들 예술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앙가주망(engagement·참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항해 일종의 액션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인들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사회화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술인들은 사회적 위기에 역사의 증인으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응답한다.
 
레게음악의 거장 밥 말리(Bob Marley)는 자메이카의 평화를 위해 ‘One Love Peace’ 콘서트를 열어 자메이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그의 노래가 비록 시민전쟁을 종식시키지는 못했지만 자메이카의 긴장을 완화하고 역사적인 하루를 보내는데 크게 공헌했다.
 
21세기 프랑스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밥 말리가 살았던 1970년대의 자메이카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앙가주망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는 예술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소피 마르소가 그 주인공이다. 라 붐(La Boom)의 아이콘이자 명품배우 소피 마르소는 지난 주 파리의 한 극장에서 알을 낳는 닭의 공장식 밀집 사육에 반대하는 영상을 전파했다. 그녀는 “18만 마리 이상의 닭이 우리 안에 층층이 한없이 늘어서서 전혀 햇빛이나 하늘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풀밭을 본 적도 없이 오로지 거칠고 불편한 사육장의 철망을 밟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가금사육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L214 윤리와 동물’의 대변인이기도 한 소피 마르소는 잔인한 가금사육에 반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L214 윤리와 동물은 2008년 만들어진 프랑스 비영리단체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아그라(거위 간)의 식용금지를 위해 활동가들이 만든 ‘Stop Gavage(강제 사육 금지)’가 확대된 단체다.
 
지난 일요일 이 단체는 부르타뉴 지방의 코트 다르모르(Cotes-d'Armor)에 있는 한 공장형 가금사육의 실상을 영상으로 내보였다. 영상은 차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일부 닭은 깃이 빠진 채 죽어 쌓여있고 다른 닭들은 십중팔구 죽어가고 있다. 닭들이 사는 땅 위에는 알이 곧바로 기울어진 홈통 아래로 미끄러지게 철사망으로 덮여있다. 부리는 서로 잡아먹지 못하게 제거된 상태다. 닭들의 모든 생활은 우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에게 하나의 출구만이 허용된다. 도축장으로 가는 문이 유일하게 햇빛을 보는 곳이다. 이 영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가금사육의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금사육 환경은 현재 100% 합법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소피 마르소와 L214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피 마르소는 지난 2016년 3월에도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거절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겸 내무장관인 모하마드 빈나예프(Mohammed Ben Nayef)에게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자 그 부당함에 반기를 들고 고발에 나섰다. 그녀는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참수형”이라는 르몽드의 기사를 인용하며 지난해(2015년) 154명을 참수한 사우디 왕자에게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는 데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으며 “왜 내가 레지옹 도뇌르를 거절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솔직하기로 유명한 소피 마르소는 인권을 유린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사람을 참수한 비인권국이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많은 팬들은 아낌없는 찬사와 응원을 보내고 그녀의 결정에 동의한다며 “브라보”, “당신의 명예를 위하여”라는 문구와 함께 갈채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예술인을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한국은, 한류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젊은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굉장하다.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예술인의 영향력이 큰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들은 거의 없다. 물론 그들이 춤과 노래, 연기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을 절대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다. 단지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들이 한국이 안고 있는 각종 현안에 관심을 갖고 액션을 취해 사회를 바꾸는데 일조해줬으면 하는 소망이다.
 
현재 한국은 남북평화와 같은 큰 주제부터 시작해 여성·아동인권, 환경문제, 먹거리 안전, 대기업의 횡포 등 앙가주망이 필요한 주제들이 태산과 같이 많다. 국민 모두의 사회 참여와 고발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예술인들의 사회참여는 더욱 중요하다.
 
어떤 유명 연예인이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횡포에 반격해 대한항공 보이콧 운동이라도 당장 벌여보라. 사회적인 반향이 크지 않겠는가. 대통령도 부당하면 고발을 서슴지 않는 용기 있고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 그와 같은 예술인이 대한민국에도 많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의 5월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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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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