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우물안 개구리 CSR
입력 : 2017-11-20 08:00:00 수정 : 2017-11-20 08:00:00
연말이라 그런지, 다양한 CSR관련 행사와 이벤트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행사는 주로 포럼 (세미나), CSR관련 평가 (시상식)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 많은 주최기관들이 행사 참여자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 하다. 필자도 과거에는 많은 국내외 포럼에 참여했으나, 근래에는 아주 신선한 CSR주제를 다룬다거나 주최자와의 친분 때문에 일종의 눈도장(?)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매번 행사 주최자들은 참가자들의 인원 부족을 염려해 전화통이 불이 나도록 지인들을 통한 인원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각종 CSR행사에 참여자 부족을 염려하는 주최자는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CSR 도입 초창기라 많은 CSR이해관계자들이 (특히 기업 측) 관련 정보에 목말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다양한 CSR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서 획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단순히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CSR관련 행사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들만의 우물안 CSR’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진행 형태적으로 보면 발표자와 참가자간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로 CSR전문가 즉 학계, 정부측 관계자, 기업 CSR 담당자, 컨설팅 및 평가기관 종사자들이 주요 발표자로 나서는데, 일반 참가자들은 발표자들에 의해 이해하기도 어려운 CSR전문용어가 연속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특히 외국어의 과다한 사용) 힘들어하지만, 자신들이 정말 묻고 싶거나 평소에 갖고 있었던 의사를 표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진행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발표주제의 선정 과정에 있어 외부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전무한 구조에 있다. 오로지 주최기관의 의도와 목적에 부합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보기에는 전혀 신선하지 않는 주제의 CSR포럼이 양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각종 CSR 평가 시상식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CSR평가 시상이 우후죽순으로 조직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몇몇 평가 시상식은 기업들에게 어필할만한 객관적인 평가기준, 주최기관의 명망, 수상기업들에게 주어지는 유무형의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인원 동원에도 성공적이다. 그러나 많은 CSR평가 시상식은 기업들에게마저 호응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기업들의 자천과 타자의 추천에 의해 진행되는 시상식은 응모 기업을 확보하지 못해 시상식의 존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CSR시상식이 언론기관과 협업 구조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평가기관은 평가에 전념하고 언론사가 기업의 응모, 참석 등의 마케팅을 맡는 구조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언론기관에서 진행된,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 수많은 시상식의 병폐를 기억하고 있다. 요즘 기업 광고를 보면 OO 만족 대상, OO서비스 선정 1위 기업 등을 내세우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어떤 소비자가 그 내용을 보고, ‘아 이 기업은 이런 상을 받았으니 신뢰할 수 있겠구나!’하면서 구매행동으로 이루어질까?
 
ISO26000에서 이미 CSR은 ‘이해관계자의 소통 기반 활동’에 정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서는 따로국밥과 같이 일방적인 자기들만의 CSR이 진행되고 있을까, 이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필자의 해법은 기업 CSR이 지역기반과 밀착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기업 CSR활동의 전략수립, 실행체계, 보고체계, 성과관리 등의 모든 구조에 각종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이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야심차게 진행 중인 ‘사회공헌혁신 플랫폼’과 지속가능경영재단의 SITT (Social Impact Thnk Tank)와 같은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위의 시도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기업, 지방정부, 지방시민단체, 언론 등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협업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프로젝트이다. 지역사회 문제에서 우선 이해관계자 협업모델의 우수사례를 만들어 참가자들의 신뢰 기틀을 마련하고, 향후 기업 CSR전체에 이해관계자와의 협력구조가 녹아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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