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선언으로 그치지 말아야 할 '올림픽 휴전'
입력 : 2017-11-15 06:00:00 수정 : 2017-11-15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을 두고 많은 이들이 ‘평화의 제전’이라고 일컫는다. 올림픽과 평화를 잇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에케체이리아(ekecheiria·올림픽 휴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폴리스(Polis·도시국가) 간 전쟁이 빈번했던 고대 그리스였지만 올림픽 기간 전후 3개월 간은 모든 폴리스가 무기를 내려놓는 전통이 있었다. 공식 휴전 없이는 선수와 관중을 모으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의 제안으로 1896년 근대 올림픽이 부활했지만, 20세기 말엽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에서 국력 신장의 척도나 체제경쟁의 장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개최장소가 몇 년 후 전장으로 바뀌거나(사라예보), 테러집단이 선수촌에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단을 살해하는 일(뮌헨)과 같은 비극이 겹치며 올림픽 휴전 개념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UN)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 논의 끝에 탈냉전 이후인 지난 1993년, 올림픽 휴전의 전통은 되살아났다. 이후 올림픽 개최국이 휴전 결의안을 제출하고, 유엔총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당일 그루지야 침공을 단행했다. 친 러시아 자치세력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지켜내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러시아만의 문제도 아니다.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는 2001년에 펴낸 책 ‘전쟁과 평화의 이해’에서 “1945년 이래 전 세계에 전쟁이 없었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썼다. 2001년 이후로도 사정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유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올림픽의 이상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이라는 이름의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 내용 중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 개발, 관용과 이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학계를 중심으로 평창올림픽을 경색된 남북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중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리는 올림픽을 잘 활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지난달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과 함께 동북아 차원의 ‘올림픽 휴전’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마침 2020년에는 도쿄 하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놓쳐버린 시간과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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