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1년, 성과와 과제 지난해 가을 필자가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려고 행신역으로 들어갈 때였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일본 의류유통업체 유니클로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본격화할 무렵이었다. 국내 한 의류유통업체의 영업사원이 홍보를 위해 양말 몇켤레를 승객에게 나눠줬다. 필자도 양말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영업사원을 격려해줬다. 부지런히 그리고 착실히 성장해서 유니클로를 이겨보라고. 그 영업사원도 고무돼서인지 고맙다고 했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일본이 한국을 향해 화살을 날린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3가지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일본은 여러가지 구차한 이유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임이 명백해 보였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쏜 화살에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는 절명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이 쏜 화살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았다. 그 화살을 뽑아 다시 일본을 향해 날렸다. 일본의 경제도발로 말미암아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일본 기업들이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일본 주요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 크게 줄었다.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이 작년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6.9% 줄었다. 영업이익은 71.3%나 감소했다. 한국인이 피부로 느끼는 일은 더 생생하다. 아사히맥주를 비롯한 일본 맥주는 한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 퇴출됐다. 4개의 깡통맥주를 묶어 1만원에 판매하던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서 상한가를 누리던 일본 자동차업체도 마찬가지다. 급기야 닛산은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일본에 여행 가지 말자'는 움직임에 따라 일본 관광지도 썰렁해졌다. 반대로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들은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자국의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이같은 일을 두고 사실상 '경제전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한국이 괄목할 정도로 발전함에 따라 눌러버리려는 심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필자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본이 한국을 함부로 건드린 결과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 발등을 스스로 찍은 셈이다. 필자는 1년 전 일본이 경제도발을 감행할 때 아베 신조 수상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아베 수상의 지지율은 요즘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마도를 비롯해 한국인이 예전에 많이 찾던 관광지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지지율 하락에는 코로나19에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어쨌든 그가 단행한 보복조치는 무리수였고, 자신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린 자해행위였음이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한국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일본이 내치의 실패를 덮기 위해 한국을 겨냥한 또다른 꼼수를 찾아내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추진은 꾸준히 일관성 높게 추진돼야 한다. 지난 1년동안 한국정부와 업계는 함께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조달경로 다변화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도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일본산 제품에 의존하던 습관을 사실상 던져버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은 잠재력을 재발견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아베 수상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비재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일본의 유니클로와 맞설 국내 의류유통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때 이랜드가 이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은 멀어진 것 같다. 몹시 아쉽다. 그 대신 다른 유통업체가 착실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처럼 재벌의 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 한꺼번에 급격한 성장을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긴 안목으로 착실하게 발전하면 될 것이다. 이밖에 일본의 차입금 만기연장 거부 등 금융보복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보복이 끝난 후의 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 일본 기업이 더 공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의경제 보복 종식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흔들리지 않을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판매사 '선보상' 불안한 투자자들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사의 '선지급·선보상안'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나 법적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려 중도 포기자가 많은 반면, '선지급·선보상안'은 원금 일부라도 돌려받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빠른 시간 내 해결책을 제시하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펀드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이나 소송 결론 전에 '자체 보상안'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선보상안을 수용하면 앞으로 소송을 걸 수 없나요" "판매사측에서 일부 원금 반환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겠어요" 등등 걱정스러운 글들이 쏟아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판매사들이 내놓는 '선보상안' 혹은 '자체 배상안'이란 명칭의 해결책은 사적화해, 즉 사실상 합의의 의미다. 판매사는 원금 일부를 돌려주고, 투자자는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다. 반면 '선지급안'은 당국의 분쟁조정이나 재판부 결론이 나오기 전에 투자자에게 일정 금액을 먼저 지급하는 조치다. 추후 소송을 통해 결정된 보상액이 더 많으면, 선지급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더 받으면 된다. 특히 투자자들이 판매사들의 '선보상안'에 부정적인 이유는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판매사가 자체적으로 내놓는 보상안은 상품별 배상률 책정 기준이 모호하며, 심지어 같은 상품 투자자들에게도 다른 보상 비율을 매겨 혼란을 키우고 있다. 가령 한국투자증권은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24%를 돌려주겠다는 자체 배상안을 내놓았는데, 이는 옵티머스 보상안으로 나온 원금 70%와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투증권은 팝펀딩의 경우 설계상 옵티머스보다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인 만큼 투자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자들은 특정 지점에서만 상당수 펀드를 몰아서 판매한 점, 고령의 노인을 상대로도 판매한 점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뚜렷한데 보상비율이 낮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녹취록이나 메신저 증거가 있는 투자자들에 한해서만 추가 보상을 해주는 방식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선제적인 피해 대책을 내놓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판매사 자체 보상안은 투자자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긴급대책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불완전판매 이슈가 있는 판매사가 입맛대로 보상안을 내지 않는지,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하지 않는지 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 판매사 선보상안이 생색내기용으로 그칠 경우 피해를 보는 쪽은 투자자들이다. 증권팀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