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비리의 장본인은 경제정의를 외면한 법제도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아는 만큼 본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이러한 태도를 두고 “인식의 주관이 인식의 대상, 즉 객관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작금 모든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른바 판교대장동 컨소시엄(성남의뜰)에서도 같은 구조를 볼 수 있다. 돈잔치의 주역들이나 이 컨소시움을 인가한 행정청의 관계자들, 그리고 이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는 정치인들 모두가 아전인수의 모습을 보인다. 겉보기에는 경쟁적으로 수사를 펼치는 검찰과 경찰은 성남의뜰 관계자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로챘는가(횡령), ‘그분’ 등 남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만들었는가(배임),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뇌물이 오고 갔는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역할은 아쉽게도 불법의 열매들을 밝히는데 그칠 것이다. 그럼에도 성남의뜰 관계자들은 우리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가 반문할 수 있다. 그들의 당당함 뒤안에는 ‘깔아 놓은 멍석에서 잠시 윷을 논 것이 무슨 죄냐, 뇌물은 없었고 횡령과 배임도 없었다’는 항변이 담겼다. 그들은 설사 화천대유를 통해 엄청난 이권을 나눠가졌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개인적 일탈이지 이를 설계하거나 인가한 행정가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를 최종적으로 인가하였던 당시 성남시장은 어차피 떠내려가는 빙산에 올라타 5000억원대라는 막대한 이익을 시민들의 공익으로 돌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한다. 이분은 민간개발로 방임하였더라면 한푼도 건지지 못했을 것을 민관합작 개발로 돌려 그나마 공익을 확보하였다고 말한다. 보기에 따라 ‘교묘한 회피’일 수도 있겠으나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야당의 정치인들과 일부 대권주자들은 이 컨소시엄에서의 돈 잔치를 ‘게이트’로 규정짓고 약방의 감초처럼 “특별검사를 투입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당 정치인들은 성남의뜰에서 설사 불법이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탈이지 행정의 죄가 아니라고 맞선다. 여당 지도자들의 태도는 그들이 지지하는 대선후보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항간에는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을 가진 ‘그분’의 실체에 의혹을 보내는 눈길도 있다. 성남의뜰 관계자들은 “그분이 실은 자기”라거나 “그분은 돈 잔치와도 무관하다”며 싹을 자르고 비화를 차단하기에 바쁘다. 그분이 보기에는 참으로 듬직한 말들이다. 어쩌면 그래야 ‘뒤로 물러나 돌아갈 수 있는’ 황금의 다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각자가 바라보는 컨소시엄의 실체와 비리가 무엇이든 간에 여러 곳에서 칼을 뺐으니 해결사들은 조만간 머리나 몸통 중 무엇인가는 자를 수 있을 것이다. 공익을 내세우고 개인적 비리만 단죄하자는 입장이 성공을 거둘 것인지, 기회를 틈타 복수의 칼날을 빼든 저격수들이 과연 누구를 거꾸러뜨릴 것인지, 아니면 태산명동에 쥐 몇 마리가 나오는데 그칠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분’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인가하고 거기에서 이권을 챙긴 장본인이 아니라면, 명의신탁을 이용한 ‘그분’을 잡으려고 애쓸 일이 아니다. 어쩌면 돈잔치는 그분의 잘못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이다. 수익률을 임의로 설계하고 수익을 멋대로 배당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면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만 불행하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컨소시엄이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현상의 이면에 가로놓은 비리와 탈법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작금 성남의뜰을 탄생시킨 도시개발법, 그리고 재건축을 허용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또는 재개발을 가능하게 만든 도시재개발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은 실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아파트 선분양제도는 조역이다. 이 법률들은 인가를 담당한 행정청에 막대한 재량을 부여하였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잉태한 현행 법제도 아래에서는 그 누구도, 설사 인가를 내주는 행정기관의 장일지라도 질주하는 ‘이권의 전차’를 멈출 수 없다. 사업인가 당국자들은 거대한 수익률을 몰라도 좋고 또 모델링하지 않아도 배임이 아니다. 공공개발의 주체들도 여기에 편승하여 땅값을 올리고 원주민들을 울린다. 그 전차에 올라타 이권의 일부를 공익으로 돌렸음은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이 놀음판에서 개발조합이나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특혜와 이권을 챙기지 못한다면 바보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사돈도 좋은데, 누가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감사하겠는가. 부동산 경제정의를 망가뜨린 장본인은 바로 입법자이다. 고성능 망원경으로 우주의 끝을 바라보면 자기 뒤통수가 보인다는 천체물리학의 이론처럼, 누군가 비리의 끝을 파헤치면 바로 법제도의 뒷모습을 볼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오징어게임'같은 콘텐츠 만들어라?…각자 장점 살릴 길 찾아야지난 여름 올림픽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프로그램이 있다. KBS가 만든 다큐멘터리 '국가대표'다. 국가대표는 '다큐 인사이트' 시리즈 중 하나로, 도쿄올림픽 최대 스타인 배구에 김연경 선수부터 유럽에서 활약하는 축구에 지소연 선수까지 6인의 여성 스포츠 선수를 담았다. 남성이 주도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성취를 이룬 선수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회자됐다.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KBS·EBS 등 공영방송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비판했다.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는 거다. 양승동 KBS 사장이 "오징어 게임은 지상파가 제작할 수 없는 수위의 작품이다. KBS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면서도 드라마 제작사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 이후 곳곳에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징어 게임은 좋은 콘텐츠다. 화제성도 있고, 자본주의의 암면을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K 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 오징어 게임'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끊임없이 독창적인 콘텐츠를 요구하는 것이 콘텐츠 수요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전에 인기를 끌었던 '킹덤', '기생충' 등 K 콘텐츠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공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징어 게임도 선배 콘텐츠들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하게 유사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성공 방정식에 매몰된 콘텐츠 일원화 흐름에 부합해 시청권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는 양 사장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오징어 게임 대신 전통적 텔레비전 시청자를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 혹은 공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국가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공영방송인 KBS가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만 생산하려고 했으면 '국가대표'가 나왔을까. 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적용된다. 티빙·웨이브·왓챠는 각자 장점을 살린 콘텐츠 수급 방향을 고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것이 구체화될 것이라 자신한다. 티빙의 콘텐츠 총괄인 황혜정 국장이 지난 9월 국제방송영상 콘텐츠마켓 2021(BCWW 2021)에서 "OTT 세 개가 경쟁 구도인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고 강조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성공한 하나의 프로그램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알아야 하는 점은 하나뿐이다.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의 원칙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킹덤과 같이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했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역량있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각자 장점을 강화해 나갔고, 이런 경험이 쌓여 세계인을 사로잡는 K콘텐츠가 나온 것이다. 성공한 작품 하나를 두고 단순히 "왜 너희는 못 하냐"는 질책은 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질문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콘텐츠 수요자인 시청자들도 납득하지 못할 질문이다.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기업이 각자 개성을 살린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지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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