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과 일자리 공약 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일자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 공약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고용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00만9000명을 넘어섰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5%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엉켜있어 어설픈 희망을 입 밖으로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실업은 당사자의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을 가져온다. 고용 악화는 내수경제를 어렵게 하고, 가족 위기를 넘어 공동체 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도둑)로 내몰린 40~50대들이야 취업을 했다 쫓겨나는 신세시만 청년들은 회사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고용절벽 앞에서 절망한다. 자신들을 ‘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생망 세대라 자조한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고용률 70%를 약속한 박근혜정부는 비정규직, 시간제라는 나쁜 일자리만 양산한 채 역사적 종말을 고하였다. 그렇다면 새로 출범할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맡겨만 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유력 후보자들의 장담은 거짓이 될 위험이 농후하다. 일자리 문제는 대통령의 번뜩이는 정책 몇 가지로 해결하기 힘든 경제체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공약을 가장 먼저 제시한 후보는 문재인이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문 후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8%인데 한국은 7.6%에 불과하다며, OECD의 절반 수준인 10%대로 3%포인트만 올리면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부문 중 정원에도 미달한 소방, 경찰, 복지 등 17만4000명을 공무원으로 늘리고 나머지는 공공부문에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오로지 국가 예산으로 그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유력 후보들은 문 후보와 대척점에 있다. 세금 걷어 공무원 숫자 늘리기식 일자리 창출 방안은 옛날 방법이라고 비판한다. 안희정 후보는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정-혁신-개방’이란 경제공약집에서 일자리는 성장하는 기업에서 나온다며 정부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한다. 유승민 후보는 중소기업, 스타트업(start-up) 위주의 경제 구축을 통한 청년창업 활성화로 일자리 난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규제 철폐 등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규제 완화를 통한 창업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원론적으로 타당한 주장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열성적으로 추진해왔던 친기업 및 규제 완화 정책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의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에 주목하여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 보장을 약속했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아우성이지만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속을 끓이는 미스매치를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법정 노동시간인 52시간을 지키고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면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으며,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면 내수 활성화로 민간의 일자리 확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두 후보 모두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수준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재원 방안 마련은 뚜렷하지 않다. 그런데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에는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도 많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여야 일자리 미스매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 사회복지·의료 서비스 분야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저임금노동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복합 처방이 강구되어야 한다. 구조적인 장기 전략과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 전략으로 재벌대기업에 경도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제도 개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70%를 넘는 높은 대학 진학률은 이제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4차 산업혁명에 조응하는 교육 및 직업훈련 시스템의 재조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단기처방으로는 정부가 고용주인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일자리 개선을 위해 과감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을 희망 없는 헬조선으로 둘 수는 없지 않는가. 19대 대통령은 정치의 적폐를 청산함과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탄핵심판과 국가의 품격"대통령이 직접 나와 신문받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15차 변론기일 종료 후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나와 재판부 또는 국회탄핵소추위원단 측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 변호사다. 이 변호사의 말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출석 여부는 박 대통령의 자유로운 의지에 달렸다. 문제는 국가의 품격, 즉 국격을 탄핵심판에 끌어들이는 대통령 측의 무리한 시도다. 또 다른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말은 도를 넘었다. 그는 “탄핵안이 인용되면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재판부를 겁박했고, 주심 재판관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서는 ‘국회 수석대리인’이라고 모욕했다. 김 변호사의 심판정 발언은 법률가로서의 법리 반박이 아닌 ‘탄핵반대’ 세력의 결집을 위한 선동에 가까운 막말이다. 최근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변론에서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애국심으로 조국과 국민에게 헌신해 온 그녀의 애국심을 존중해 따뜻한 시각에서 봐줘야 한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도 썼다. 법률상 대리인은 사건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법정 또는 법정 밖에서 당사자를 대신해 의사를 밝히는 자다. 때문에 김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가 넘는 언행이 박 대통령의 의사와 전혀 상관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대리인의 말은 곧 당사자의 의사를 비추는 통로이고, 이를 통해 탄핵심판을 대하는 대통령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심판정 안에서 변론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기 보다는 심판정 밖의 지지세력에 호소하는 데 전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리인들도 탄핵심판정을 박 대통령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럴수록 국격은 땅에 떨어질 뿐이다. 외신을 보면 이미 회복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 국격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박 대통령이 심판정에 직접 나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측과 재판부의 질문에 정정당당하게 대답하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는 일이다. 그러지 않고 대리인 뒤에 숨어서 여론전이나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시녀’ 보다 못한 짓이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는 했지만 최소한 그 ‘시녀’는 심판정에 나와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지 않았는가. 이우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