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최순실, 그리고 정유라이강윤 <국민TV> 앵커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말/글은 평소 생각/의식의 반영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아들취업 발언이 일파만파다. 황 대표는 '좋은 뜻으로 격려한 건데 왜들 이러나…'라며 끌탕치고 있을 것이다. "토익 800점대에 학점은 3.0도 안됐지만 다양한 활동으로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숙명여대에서의 강연. '그게 과연 강연인지 모르겠다'는 20,30대의 마음을 대꼬챙이로 후벼팠다. 한글 깨치자 마자 궁극적으로는 대입경쟁에 내몰리고, '인(in) 서울'이란 말이 일반명사화되고, 'SKY'대학에 들어가야 인생 성공의 첫 계단이 확보된다고 주입당한 세대에게, 황 대표의 말은 생뚱 그 자체다. 해명이 더 가관이었다. "아, 실은 학점은 3.0도 넘었고 토익은 925점"이라고 말을 바꿨다. 한 마디로 '수준이 돼서'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황 대표 아들은 스카이출신이라고 한다. 청중석 학생들에게는 '스카이 출신이 3점대 학점에 토플 925점이면 대기업 들어가는 게 당연하고, 그렇지 않으면 토플이나 학점같은 거 집착하지 말고 학내 활동도 열심히 해라. 그러면 (언젠가는) 취직이 잘 될 것'이라는 얘기로 들렸을 게다. 엎어치건 매치건 황 대표 얘기가 젊은이들 가슴을 후벼파기는 매 한가지였다. 뭔가 위로는 해주고 싶었는데, 존재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그들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으니 학생들 귓등에 가닿기나 했겠는가. 그런데 그 해명이 또 화를 불렀다. "황 대표 아들의 최대 스펙은 아버지가 황교안씨"라는 비아냥이 거세지자,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일까요?" 황 대표 스스로 논란을 이어갔다. 이 지경이면 한 마디로 '노답'이다. 특정인 아들의 토익이나 학점에는 전혀 관심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황 대표의 인식체계가 사회상규나 보편적 정서와 얼마나 동떨어져있는지, 거듭된 논란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는 하고 있는지, 그런 편협한 사고체계로 입만 열면 국민통합을 주창하는 게 온당한지를 묻는 것이다. 공안검사 수십년 간 민주인사 탄압과 독재정권 호위병 역할에 앞장섰던 이력은, 이 글의 주 논지와는 조금 다르니 일단 젖혀두겠다. 그가 팔자에 없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때문이었다. 박근혜탄핵의 법적 사유는 대통령자격 부적합이었지만 국민 마음속에서는 ‘공감능력 빵점’이었다는 걸 황 대표가 아직도 모른다는 게,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유명한 명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황 대표를 보면서 절감한다. 평생을 독재정권에 빌붙어 탄압자로 살아왔으니 선민의식과 권위의식이 뼛속 깊이 뱄으리라는 건 불문가지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위로랍시고 한 말이 복창 쥐어뜯는 소리밖에 더 나오겠는가, 그러니 "외국인노동자 품삯 깎아야한다"는 말 같은 게 튀어나오지 않겠는가. 그건 순간적 실언이 아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아픔이나 좌절, 체념을 모르면서 어떻게 민심을 얻겠다는 것인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마치 주술에 걸린 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를 보내는 맹목적 응답으로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에 도취돼, 시대적 요구가 뭔지 살필 생각은 하지 않고 공감능력은 꽁꽁 싸매 시렁에 처박아둔 사람에게서 어떻게 지도자의 모습을 상상하란 말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출발은 최순실 딸 정유라 양의 이화여대 입학특혜건이었다. 학생들은 불공정에 들끓었고 분노는 삽시간에 확산됐다. 마치 호남평야에 떨어진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동학 횃불혁명으로 번졌듯. 그만큼 지금 20,30대에게 불공정과 불의는 민감한 문제다. 그들에게 "왜 이렇게 민감하냐"고 말해선 안된다. 구조화된 반칙과 특권을 보면서 민감해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아들 사례를 농담인 양 들먹이며 "보이스 비 앰비셔스!"를 주문하다니…. 젊은이들의 고민과 울분을 잘 모르겠거든 입 다물고 조용히 귀 기울이시라. 어설픈 '쌍팔년도'식 교훈은 반감만 키울 뿐이다. 그런 걸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라고 한다. 사람은 쉬 바뀌지 않는다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명토박아 적는다. 진정성있게 사과하시라. 이강윤 <국민TV> 앵커(pen3379@gmail.com)


재벌개혁 동력 잃어선 안된다 그가 떠났다. 기자들에게 경제학 강의를 하고, 컬러링으로 자기 생각을 대신하던 그였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그렇게 돌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모두 적잖이 놀랐다. 2017년 6월14일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김 전 위원장은 세가지를 약속했다. 공정위의 존립 목적이기도 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 우리사회의 '을'이기도 한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 외풍으로부터 '늘공(직업 공무원)'을 막아주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역할이다. 김 전 위원장은 언제나 자신을 어공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했던 약속들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할지 모르지만 김 전 위원장이 이끈 지난 2년간의 공정위는 그 어느 정권 때보다 빛이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 직원들을 '물 만난 물고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정위 역시 그에 걸맞은 성과들을 냈다. 굳이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경쟁당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재벌개혁 분야의 결과물들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떠나면서 공정위의 재벌개혁 정책들이 미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재벌저격수가 떠났으니 자연스레 공정위의 재벌개혁 의지도 한풀 꺾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전 위원장 본인도 이를 걱정했는지 떠나는 순간에 직원들을 향해 일관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공정위 직원들은 새로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떠나는 그 날부터 공정위원장실의 불은 꺼졌다. 누가 그 방에 불을 켜고 들어갈지 모른다. 하마평만 무성하다.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대표적 인물로는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이 있다. 단순한 하마평인지 궁금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겨봤다. '입각 제안을 받았냐는 질문'에 '받지 못했다'는 이가 있었고,  '이야기하기 부담스럽다'며 통화를 거절한 이도 있었다. 아마도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의 2대 공정위원장은 남은 재벌개혁 과제들을 완수할 선봉장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출세욕에 욕심내서는 안되는 자리다. 누가 바통을 이어받든 신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들을 힘있게 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조용훈 정책부 기자(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