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정치'는 위험하다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중공에서 만들었다는 코로나19 백신, 그거 믿을 수 있겠나. 공짜로 줘도 중공 백신은 맞지 않겠다." 뉴스를 보던 고령의 아버지는 대뜸 '중공 백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소에도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던 아버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보다도 먼저 중국을 '중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필자가 중국에 연수를 가자 아버지는 "중국에서 뭘 배울 게 있다고 가느냐"면서 불편해한 적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중국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 근거 없이 그러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발원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라는 사실이 분명한데도 중국 방역당국이 다른 주장을 내놓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은폐한 것도 중국이었고, 사람끼리 전염되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바람에 지금의 팬데믹 상황으로 내몬 것도 중국이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게다가 홍콩의 한 교수가 코로나19는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든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그렇다면 이미 터져버린 코로나19에 대해 백신은 사태의 종결자 혹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박빙의 대선 구도를 일거에 전환시킬 호재로 '백신 카드'를 준비하는 듯하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마다 오는 10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는 서신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이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공개한 후 CDC 등 방역당국의 대응은 대선 일정에 맞춰진 모양이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백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은 임상단계도 끝내지도 않았지만 푸틴은 "내 딸도 (백신을) 맞았다"며 안전성을 보증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중국 국영기업 '시노팜'은 자회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연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임상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약 35만명이 시노팜의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35만명의 임상에서 단 한 건의 부작용도 없었고 코로나19 면역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한 3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등 강대국들이 제각각 백신 경쟁에 뛰어들자 백신 공급은 애초 예상을 넘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백신은 11월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그럼에도 필자는 조기에 출시되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은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산이든 러시아산이든 중국산이든 간에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필자는 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집어넣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백신 접종은 60%의 집단 면역을 만들기 위한 선제조치일 뿐이지 코로나19 사태의 종결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도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장 좋은 백신은 '마스크'라고 강조할 정도다.사회에 내재된 백신 공포부터 해소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심각하다. 중국에선 불과 2년 전인 2018년 영유아용 가짜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DPT)' 백신 사태가 터졌다. 중국 내 2위 백신 제조업체가 생산한 DPT 백신은 품질기준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됐다. 36만여명의 영유아가 접종했고, 머리가 기형적으로 비대해지는 등의 숱한 피해사례가 보고됐다. 리커창 총리에 이어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지시할 정도였다. 1년 전인 2017년 11월엔 우한의 한 제약사가 제조·판매한 DPT 백신 40만개가 불량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방역당국자가 중국산 백신 도입 여부에 대해 "국내에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된 부처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 시노팜 백신의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반복된 중국 제약사들의 백신 사기에 대한 공포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상적이지 않은 백신 경쟁은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지도자들이 백신 경쟁에 직접 뛰어든 건 대내적 또는 대외적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지 않아야 한다. 백신 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테슬라까지 뛰어든 배터리판…K배터리, 분열 멈춰야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가 시작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자동차 경적소리가 가득하다. 무대 앞 광장에 간격을 두고 주차된 테슬라 전기차 속 주주들의 환호 속에서 이날 머스크 CEO는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 '4680'과 생산 공정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100만마일 배터리' 등 미래형 배터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테슬라의 이번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테슬라가 지난해 이맘쯤 특허를 출원한 '탭리스 전극(tabless electrode)'을 활용해 더 나은 배터리를 내놓았다는 것.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배터리 각축전이 이처럼 치열해지면서 배터리사들의 투자 전쟁도 불붙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은 엉뚱한 데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직접 만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관련 소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 악화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현재 연일 반박에 재반박 보도자료를 내며 법원 밖에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양사는 기술 유출 의혹에 관한 입장차를 서둘러 좁히고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이렇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0월 최종 판결까지 간다면, 소송전 양상은 소모전으로 더 길어지거나, 한 회사는 미국 사업에 치명적인 차질을 빚게 된다. 지난 2월 '조기 패소 예비결정' 그대로 최종 판결까지 간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양측이 소송비용으로 쓴 돈만 4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같은 양상이 이어진다면 양사는 각 1조원 이상을 지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조원이면 국내 배터리사 중 압도적으로 높은 연구개발 비용을 지출하는 LG화학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의 두 배에 해당하는 정도다. 배터리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수년간의 연구개발 돈줄이 소송전에 투입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제2반도체'라 불리며 차세대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은 앞서 배터리 시장이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된 뒤에야 비로소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미 배터리 시장은 코로나19를 뚫고 꿈틀거리고 있다. 배터리 산업이 초기 성장 상태지만 국내 기업들의 시작도 좋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상반기 누적 점유율이 40%를 돌파했다. 3사가 한 몸으로 달릴 순 없지만, 적어도 나란히 달리기 위한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최승원 산업1팀 기자 cswon8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