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못 하겠으면 국민에게 맡겨라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여섯 달이 지났지만, 개헌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다. 20대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만들어 논의라도 했는데, 21대 국회에서는 그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다. 1987년 헌법이 그 당시에는 좋은 헌법이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손볼 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1987년 이후엔 인터넷과 핸드폰이 탄생했다.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도 매우 심각해졌다. 1987년 당시엔 '기후변화'라는 단어도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라는 말을 쓸 정도로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의 기본규범인 헌법에 이런 세상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또 1987년 이후엔 여러 대통령이 구속되어 감옥에 간 불행한 경험들도 존재한다. 국회는 늘 정쟁을 반복하면서 불신과 무책임의 대명사가 됐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 된 지 오래고, 법원도 국민의 신뢰를 잃은 건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시민의 삶에 불안과 위협이 존재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라면 헌법 개정은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작은 조직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그 조직의 규약을 손질한다. 그런데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치공동체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손보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물론 그동안 개헌을 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2건의 개헌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에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무적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그리고 야당은 무책임한 반대로만 일관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은 절망감을 느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을 고치는 게 쉽지 않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서 국민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부터가 쉽지 않다.현실적으로 특정 정당이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해야만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개헌을 두고 합의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당이 되면 독주를 하고 싶어 하고, 야당이 되면 발목을 잡고 싶어 하니 합의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나온 아이디어가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는 원포인트 개헌이었다. 국민이 서명해서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시작되는 개헌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시민사회에서 추진한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안은 2020년 3월6일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발의까지는 됐다. 제안된 국민발안 제도의 내용은 국민 100만명의 찬성이 있으면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개헌안이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신들이 못하니 시민들에게 권한을 달라'는 요구를 국회의원들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까지 발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개헌안도 결국 국회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이런 경험들을 되돌아보면, 개헌 논의는 이제 더는 국회의 힘에 기댈 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손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개헌 논의를 위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를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아일랜드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의회를 통해 개헌안을 논의한 후 개헌을 하고 있다. 시민의회는 여러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민들이 토론해서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내서 개헌을 위한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이다.사실 20대 국회에서도 시민의회 방식을 개헌 절차에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017년 2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2명 의원의 발의로 '국민 참여에 의한 헌법개정의 절차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지금 국회의 답답한 상황을 보자면 다시 이 법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헌 논의를 국회가 하지 못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에게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돌려줘야 한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악마’도 가진 두 번째 기회, 딸에겐 없다반성문과 호소문, 그 다음은 항소장이었다. 1일 '박사방' 설계자 조주빈 씨 변호인이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그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5명도 줄줄이 1심 판결에 불복했다. 두 번째 기회를 얻어볼 요량이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범행의 중대성과 치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의 정도,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 피고인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며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박사방을 만들었고, 나머지 가담자가 역할을 나누면서 범죄단체로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임을 알면서도 조씨가 암시한 영상을 기대하고 가상화폐를 건네거나 범행에 협력했다. 조씨 형량은 징역 40년. 전자발찌는 30년을 착용해야 한다. 함께 기소된 가해자들은 길게는 징역 15년에서 짧게는 7년을 선고 받았다. 만 15세인 '태평양' 이모 군은 장기 10년에 단기 5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날 선고에서 박사방 일당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모 씨는 유죄 이유를 경청하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선고 직후 조씨 변호인도 재판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가 밝힌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몇몇이 합의했지만 열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그간 법리적인 측면만을 다투었지, 공소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는 소수만 합의했고 가해자는 모두가 항소했다. 지난 3월 "악마의 삶을 멈춰 줘 감사하다"던 조씨는 방어권 행사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자기 방어를 못한 피해자들은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꿈과 방황을 누리고, 때로는 열병을 앓다가도 웃을 수 있는 두 번째 청춘을. 성범죄 재판은 박사방 선고 이후에도 법원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1심이 끝나면 항소심 공판도 열릴 것이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무표정한 법률 안에 피해자의 얼굴이 있다. 조씨는 법정을 나서기 전 아버지와 악수하며 미소 지었다. 부모를 안심시키려는 아들의 얼굴이었다. 딸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