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도시에 대한 꿈이 사라지면세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각국 국민들이 대도시를 떠나 좀더 안전한 도시 외곽으로 이주하고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대도시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뉴욕은 향후 도심의 사무실 수요가 30% 줄고 뉴욕에 거주하는 직장인들도 도시를 떠나기 시작하면 또 다시 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도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며 도심을 떠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임대료가 내려가고 있다. 유럽도 대도시의 지속가능성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데, 유독 다른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도시가 있다. 바로 한국, 특히 서울이다. 오히려 도심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급등하고 도심에 더 많은 고밀도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오래 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홀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방역의 성공으로 한국이 살기 괜찮은 국가이고 '우리도 선진국이었네'라는 자부심도 잠시, 국민들이 다시 부동산, 주거문제에서는 각자도생의 이전투구 장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급등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근본 원인은 주거복지라는 원칙과 제도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방역 성공은 보편적 건강복지라는 국민의료보험제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건강복지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주거복지를 달성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의료비 걱정없이 병원에 다닐 수 있듯이 누구나 주거비, 집값 걱정없이 집에 살 수는 없을까? 건강복지의 개념을 주거복지에 적용하면 어떤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건강이 보편적 권리이듯 주거의 권리가 보편적 권리가 되도록 하려면 토지와 국토공간의 공개념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개발이익환수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건설경기를 부양한다고 수차례에 걸쳐서 유예시켰다. 이외에도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조합원 3주택허용 등 건설업자와 토지 소유주를 위해 토지공개념의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건설경기, 건설업자를 위하여 주거정책을 흔드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의 토지 공개념을 훼손하는 입법을 제한해야 한다.  두번째는 토지, 주거권의 보편성, 평등성이라는 측면에서 용적율과 층수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대다수의 단독주택단지는 층수와 용적율을 제한하고 어떤 아파트 단지는 70층까지 허용하는 차별, 조망권을 독점하는 특혜는 바로 부동산 가격의 격차를 키우고 투기를 부추기게 된다. 서울 건물의 평균 층고는 2.5층밖에 안되고 파리는 6층이라고 한다. 파리에는 70층 아파트도 없는데 우리보다 평균 층고가 높은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건물이 6층 정도로 층고의 평등성이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대부분이 2층 이하의 단독주거단지인데 수십층의 아파트를 허용하여 토지 이용의 특혜를 준 것이 강남과 강북의 집값 양극화를 불러왔다.  정부에서 여러 지역에서 용적율과 층고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층고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이 또한 정부가 일부 지역에 특혜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바람직한 것은 처음부터 모든 지역에 10층까지만 허용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결국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잡는 방법은 모든 지역에 원칙적으로 70층을 허용하는 것이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선진국의 도시들은 15분 생활권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모든 주거지에서 15분의 도보나 자전거 이동으로 일상생활과 나아가 직장생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사람들이 더 건강한 도시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도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은 초고층의 차량중심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부동산 광풍으로 살기 좋은 도시의 꿈은 포기하게 되었다. 언젠가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부동산 거품은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기억될 것이다.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의료인력 낙수효과' 필요한 때‘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 교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다. 피가 철철 넘치는 응급실 바닥을 뛰어다니며 수술용 칼 대신 헬기 로프를 쥔 그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헬기로 꼬박 몇 시간이 걸리는 지역까지 ‘종횡무진’ 진료에 매진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순적인 감정이 들곤했다. 돈이 안 되는 곳엔 진료도 없다는 ‘박탈감’과 외딴 곳에서 사고를 당해도 비명횡사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의 교차였다. 당시 이국종 교수가 중시한 원칙은 ‘골든아워’다. 한시간 내로 환자의 치료가 시작돼야 그나마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이 환자에게 가까이 가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며 이 원칙을 목숨처럼 여겼다. 이국종 교수의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 알게된 자명한 사실은 진료를 받을 기회가 많을 수록, 더 빨리 받을 수록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약 6개월 전부터 국민들은 ‘의료체계의 골든아워’를 직접 체감할 기회를 강제로 얻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민이 처음으로 국가라는 존재를 자각하는 계기였다. 팬데믹 앞에 선 의료 시스템은 자칫 ‘돈이 되는 곳에만 진료가 있다’는 시장논리 앞에 위태로워질 뻔 했다. 대구시와 경북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수요는 넘쳐났지만 진료 공급은 부족했다. 다행히 전국 각지의 의사 250명이 자원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만성적인 지역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의료체계의 골든아워’를 무디게 만드는 주범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의사 인력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가 2.3명으로 OECD 3.4명 대비 68%에 불과한 수준이다. ‘팬데믹 학습효과’를 얻은 정부가 의대 정원 카드를 내민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근무할 지역의사를 늘리기 위해 지역의사제를 시행하고 정원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의료계는 “대도심 쏠림으로 인한 부족 현상”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팬데믹을 겪은 국민의 시선에서 집단반발은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질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쏠림 현상’도 의료인력 숫자가 부족한 탓이라는 점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더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해주는 등의 지원책도 주요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의료체계의 골든아워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 수를 늘려야 한다. 물 잔이 가득차면 아래 잔이 가득 차듯이 도심에서 넘쳐난 의료 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의료인력 낙수효과’가 필요한 때다. 정성욱 정책팀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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